지금 흐름을 타고 있는가? 그 흐름을 막으려 하는가?

by Irene
millieBook-1750646497037.png


인간관계나 사랑은 생산성을 시험하는 장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어느새 관계 속에서 결과와 감정, 느낌과 보상이라는 이름의 성과들을 끊임없이 분석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사랑의 언어를 숫자로 재고, 연결의 깊이를 효율로 가늠하며 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선택은, 서로를 보완하고 지지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라 한다. 나보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나의 진실을 조용히 비추어주는 거울 같은 존재.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라, 삶의 본질을 함께 짊어지는 공존의 기적일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철학의 글귀들은 나에게 의미의 모순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놓치지 않는 것, 정체성과 인생의 중심을 지키는 것만이 진정한 성공과 행복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말. 동시에, 또 다른 철학은 말한다. 관계가 없다면, 성공도 행복도 그저 공허한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존재는 연결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고.


한동안 나는 고요함과 고독을 동일시했다. 혼자일 때만이 고요할 수 있다고 믿었고, 성장은 홀로일 때 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어쩌면 나는 또 한 번 이분법에 갇혀 있었는지도 모른다. 강함이란 지키는 힘에서 나오고, 성숙이란 흐르줄 아는 힘에서 비롯된다고 믿었기에, 나는 고독을 택했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 강함이란 것이 사실은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에서, 견디는 것보다는 흘러가는 데에서 나오는 것임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내 감정, 내 결정, 내 행동을 흐름 속에 두려 했지만, 아직도 나는 어느 틀 속에 나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마치 손에 쥐려 하면 흘러내리는 물처럼, 나는 삶의 흐름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성숙은 흐름을 막지 않고, 다만 그 흐름을 고요히 지켜보는 힘에 있다. 존재의 본질을,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는 일이란 그런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주되, 고요하게. 감정을 느끼되, 통제 없이. 연결하되, 중심을 잃지 않고.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채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존재적 사랑의 방식이다.


매 순간 나는 자문한다. 나는 지금 흐름을 타고 있는가? 혹은 그 흐름을 막으려 애쓰고 있는가? 사랑은 단단히 쥐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위의 빗방울처럼 가볍게 올려두는 것.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나는 다만 그것을 느끼고 있으면 된다. 매 순간, 매 호흡마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배워간다. 홀로 있되 고독하지 않고, 함께하되 나를 잃지 않는 법을.



https://medium.com/@irenekim1b/flowing-with-love-connection-and-quiet-strength-f739b9c7a58f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
이전 20화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