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사랑을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을 온전히 믿고 싶다고 말해왔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사실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말과 존재를 한 치의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신뢰를 보여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되뇌곤 했다. 그렇게 나는 사랑을 말했고, 신뢰를 외쳤다. 하지만 문득,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온전히, 단 하나의 의심 없이 믿은 적이 있었던가?
신뢰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순간,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몸으로 깨닫게 된다. 의심은 너무나도 쉽다. 작은 단서 하나, 우연한 말투 하나, 사소한 침묵조차도 의심의 문을 두드리며 나를 끌어당긴다. 의심은 늘 정교하고 논리적이며,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로 무장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혼란을 떨쳐내고, 오직 한 사람의 진심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를 믿는다는 것은... 그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먼저 믿을 수 있는 내면의 힘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정말 나 자신을 온전히 신뢰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믿지 못한 채로 어떻게 타인을, 그의 진심을, 말보다 무거운 그 침묵마저 믿을 수 있을까.
신뢰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야만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난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감정의 흙탕물이 가라앉은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투명한 마음.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론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게를 견디는 일은 매번 새롭고 어렵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쓸모 없는 단서로 허상을 짜내지 않기 위해, 나는 나의 내면을 붙잡는다. 결국 신뢰란 내 안의 중심을 기준으로 지속되는 어떤 감정의 일관성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이 사랑을 통해 살아가려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랑이 향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랑을 품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에 있다. 나의 사랑은 그 사람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여정이다. 사랑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그 물음이 나를 붙든다.
인간은 어리석을 만큼 고차원적인 존재다. 이성으로 검증할 수 없는 정보는 본능적으로 감정에 맡긴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때때로 일관된 행동을 무시하게 만든다.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 그리고 그 태도의 지속이다. 그것이야말로 그 사람의 진심이자 진실이다.
나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마디의 말이 아니다. 변명이나 약속도 아니다. 오직 그 사람의 일관된 행동과 태도, 반복되는 반응만이 그의 진심을 말해준다. 내가 흔들리려 할 때, 내 마음속에서 불안이라는 바람이 불어와 온갖 생각과 의심을 흔들어 놓으려 할 때, 나는 다시금 나를 붙잡는다. 그 하나—그의 일관된 태도, 행동,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조용한 진심. 나는 그것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진정한 신뢰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https://medium.com/@irenekim1b/trust-begins-within-a-reflection-on-love-and-belief-8151b2e1c52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