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 말은, 어릴 적 내가 『어린 왕자』에서 만난 가장 이상한 진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의 어느 지점에서, 마치 오래된 비밀처럼 다시 내게 다가왔다. 여우가 속삭이듯 건네던 그 말.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그 말이 자꾸 가슴에 남는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증거가 되고,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늘 명확한 것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경계가 선명한 삶. 그 안에서 안전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자꾸만 그 경계들이 흐려진다. 애매하고 모호한 것들이 조용히 스며든다. 불편할 만큼.
진심도 그렇다. 진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진심을 보기 위해 구조를 살폈다. 일관된 태도, 말, 행동. 그 조각들이 모여 한 사람의 마음을 드러낸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그 구조로 진심을 판단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말한다. "중요한 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마음으로 보아야 해."
그 말은, 나에게 '상대의 마음을 읽으라'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것일까? 왜 내가 익숙하게 살아온 명료한 기준들이 무너지려 하는 걸까? 왜 애써 쌓아온 판단의 경계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마음이 있다면, 왜 표현하지 않는가. 왜 뒷걸음질치고,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가. 그런 사람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심이 있다면, 반드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그 말의 결을 다르게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다고 한다. 그의 말보다 말 사이의 망설임을 보라고. 왜 명확한 말 대신, 그 여백을 읽어야 하나. 이해되지 않았다. 행동보다 그 너머의 침묵을 느껴 보라 한다. 행동이야말로 진심의 증거 아닌가. 결정력, 추진력, 성실함. 그것들이야말로 마음의 표식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단서에 섣불리 의미를 얽지 말고, 그가 건네는 진심 한 줄기를 붙잡아 깊이 바라보라.”
나는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도저히 안 되던 이 애매모호함이, 이제는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던 걸까. 표면의 단서들로 이야기를 섣불리 판단하며, 그 뒤에 숨은 진심은 보지 못했던 것 아닐까.
그의 시선 하나, 말끝의 떨림 하나. 그런 것을 감지할 줄 모른 채 살아왔던 것 아닐까.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서서히 내게로 스며들고 있다. 통찰, 가르침,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들어온다. 명확했던 경계들이 희미해지고, 세상의 색이 번진다.
나는 지금 과연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선뜻 “예”라고 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바른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https://medium.com/@irenekim1b/what-is-essential-is-invisible-to-the-eye-2d62cc4ce5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