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수한 사랑을 꿈꿨다.
이름도, 나이도, 배경도 중요하지 않은 사랑.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이든, 사회적 위치가 어디에 있든,
그가 웃을 때 눈가에 번지는 온기를 보며,
그가 고요히 머무는 침묵 속의 진심을 들으며,
나는 그저 ‘존재 자체’를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믿음은 오랜 훈련의 결과였다.
나는 나만의 프레임을 걷어내려 애썼다.
사람을 틀에 맞추는 순간, 그 본질은 흐려지니까.
세상의 기준보다 나의 내면이 더 정직하기를,
눈앞의 조건보다 마음속의 떨림이 더 크기를,
나는 조용히 나를 다듬었다. 오래도록, 천천히.
그러나 고요한 내면의 거울 속에서
나는 자주 나 자신과 눈을 마주친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걸까?
그 사람의 삶에 기대지 않고,
나의 온전한 자아로 곁에 설 수 있는 걸까?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라 믿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나의 무게를 재고 있었다.
이 사랑이 나를 무너뜨린다면,
나는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는 현실 감각,
그것은 순수함을 더럽히는 흠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아주 투명한 필터 같은 것이 아닐까.
사랑은 ‘모든 걸 잊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알고도 선택하는 의지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내가 감정을 온전히 쏟아붓지 않는 이유는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사랑 속에서도 나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너짐이 아닌 온전함 속에서,
나의 가장 좋은 모습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묻는다.
“이 사랑은, 나를 지키면서도 그대를 품을 수 있는가?”
그 질문은 가시가 아니라 나침반이었다.
이 질문이 있는 한, 나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때로 불꽃처럼 치명적이고,
때로 정적처럼 은밀하다.
나는 다만,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사랑을 준비한다.
조건을 제거하려는 나의 노력,
본질만을 보려는 나의 시도,
그 모두는 이미 사랑의 일부였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만든 정원,
그 속에서 피어난 질문들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이기도 했다.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사랑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을.
그리고 그 사랑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https://medium.com/@irenekim1b/on-loving-without-losing-myself-2d9f8c8d2e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