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야."
맞는 말이다. 정확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모호하다.
그 신뢰란, 과연 어떤 것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신뢰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신뢰가 가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연인의 갈림길에 놓인 주제다.
어쩌면 사랑은, 신뢰가 가능할 때에만 진정 시작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혹은 반대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로 끌려가는 것일 수도 있다.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나는, 스스로의 철학으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려 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태도로 사랑을 시작해보려 노력했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사람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선물할 것이다.”
이 신뢰는 내가 줄 수 있지만,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다.
그리고 그 신뢰가 깨지는 순간, 관계는 조용히, 그리고 완전히 마무리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연애 방식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나의 철학이었다.
나는 내가 내린 사랑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상황 속에서 무조건적인 신뢰를 선택하려 했다.
하지만,
이 결심을 실천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고통스럽다.
신뢰는 끊임없는 의식적 훈련이 필요하다.
매 순간 나 자신과 싸워야 하고, 내 안의 불안을 누르고 다독여야 한다.
신뢰는 선택이며, 의심은 본능이다.
의심은 배우지 않아도 쉽게 다가온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스며들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내 마음은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상대의 말투 하나, 눈빛 하나, 시간차 하나에도 그럴듯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모든 퍼즐이 억지로 맞춰지는 순간, 진실은 왜곡되고
사랑은 조용히 오염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여자의 예감은 틀리지 않아.”
하지만, 그 예감은 과연 얼마나 자주 맞았던가?
예감이 아니라 기분이었을 수도 있고,
기분이 아니라 두려움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근거 없이 의심하는 행위는, 그 사랑을 모독하는 일이다.
순간적인 감정이나 예감에 기대어
상대의 말을 왜곡하고,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려 든다면
그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무너뜨리는 것임과 동시에
내가 선택한 사랑, 내 자신에 대한 존엄까지 훼손하는 일이 된다.
많은 연애 영화들이 보여주듯,
사랑 속에서 의심과 질투는 극적 긴장을 만들지만,
실제 삶에서는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특히 여성의 사랑이 질투와 감정의 파고로 그려질 때면,
나는 그 서사 안에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우리는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 사람의 말 하나, 눈빛 하나에 절대적 신뢰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상대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내린 사랑의 선택에 대한 책임,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존중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선물하자.
그 사람의 말, 행동, 표정에 대해 일일이 분석하지 말고,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믿어보자.
왜냐하면,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신뢰하자. 전적으로, 흔들림 없이.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과 나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는 가장 순수한 방식일 것이다.
https://medium.com/@irenekim1b/on-love-and-the-fragility-of-trust-b411a9287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