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그러했기에, 다른 길은 없었다."
"그 선택이 전부 내 탓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로 선택은 언제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강요되는 것일까.
환경이 날카롭고, 조건이 거칠고, 감정이 절박할수록
나는 자신을 면죄하기에 더 바빠진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어쩌면
“나는 나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고백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정반대에 있다.
환경은 결코 인간을 만들지 않는다.
환경은 다만, 그가 누구인지를 드러낼 뿐이다.
갈림길 앞에서의 망설임,
어두운 밤을 건너는 침묵의 인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내면의 싸움.
그 고요한 고비의 순간에,
진짜 ‘나’는 말을 하지 않고, 선택으로 대답한다.
때때로 삶은 묻는다.
“너는 이 상황에서도 너의 기준을 지킬 수 있느냐.”
“너의 외로움이 절정일 때조차, 올바른 길을 택할 수 있느냐.”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작아진다.
하지만 바로 그 작아진 순간에,
내가 품고 있는 윤리의 결, 인격의 깊이, 존재의 중심이 드러난다.
상황은 핑곗거리가 되기도 하고,
또 하나의 유혹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절박한 순간에
고요히 바른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사람,
그 사람 안에는 어떤 세상도 무너뜨릴 수 없는 고요한 기둥이 서 있다.
그 기둥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나는 누구인가"를 증명해 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증명의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찬란함이 깃든 순간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박수치지 않아도
그 선택 하나로,
한 사람의 인격은 완성되고,
한 존재의 세계는 새로이 열린다.
https://medium.com/@irenekim1b/when-i-had-no-choice-isnt-the-truth-f9cb9dd3a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