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삶을 움켜쥐는 일로 착각한다. 더 많이 알고, 더 멀리 가고, 더 빨리 도달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떤 깨달음은 움켜쥘수록 더 멀어진다. 움직일수록 흐릿해지고, 해석하려 할수록 본질에서 멀어진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붙잡으려는 손을 거두고 흐름 곁에 조용히 머물러 보기로 했다.
흐르는 물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기에 아름답고, 움직이기에 고요하다. 그 물을 손에 쥐려 할 때 흐름은 깨지고, 그 물을 막으려 할 때 고요는 요동친다.
평온은 흐름을 멈추는 데 있지 않다. 흐름 앞에서 내가 요동치지 않는 데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내면의 소음을 다스리고, 욕망의 틈을 꿰매며, 고요 속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가장 능동적인 태도다.
성찰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나는 옳았는가' 같은 물음들은 결국 외부를 향한 해석일 뿐이다. 진짜 성찰은 말이 사라진 공간에서 들려오는 침묵의 울림 속에 깃든다. 그저 흐름을 지켜보는 태도, 그 안에서 나의 반응을 가만히 바라보는 감각. 조용한 나를 만나는 일이다.
나는 이제 안다. 머무름은 연약한 것이 아니라 가장 단단한 결단이라는 것을.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견디고, 설명하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며, 흐름 곁에 조용히 앉아 나의 중심을 되새기고, 나의 윤리를 새기는 것. 그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존재의 뿌리를 가라앉히는 깊은 결단이다.
평온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앞에서 내가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움켜쥐지 않고, 흐름을 바꾸려 하지 않으며, 그 곁에 머물러 있는 것. 그 조용한 머묾 속에서 나는 나를 본다. 그리고 그 순간, 고요는 나를 안고 있다.
https://medium.com/@irenekim1b/where-stillness-holds-me-57214b72635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