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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변호사 Feb 23. 2023

범죄자를 ‘어떻게’ 변호하나요?

국선전담변호사가 하는 일

국선전담변호사란,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 중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피고인들만 변론하는 변호사이다.

필자가  12년 동안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나쁜 사람들을 ‘’ 변호하나요? ”와

“범죄자를 ‘어떻게’ 변호하나요?”였다.

왜’ 변호하나요?라는 질문에는

무기평등의 원칙, 헌법상 권리 등의 법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변호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의사가 직업이면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 하듯이

직업이 국선전담변호사인 필자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와 12년의 국선전담변호사 업무를 마치고 생각해 보니,

사실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을 변론하는 일은

어찌 보면 ‘외로운 일’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범죄자의 범죄행위에만 관심을 갖고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데,

변호인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범죄자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사람 입장에 서서 변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필자는 사건을 맡으면,

그 사건을 변론하는 동안은 필자가 직접 피고인이 되어보았던 것 같다.

피고인들로부터 피고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왜 그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려고 애썼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 경위를 재판부에 알리려고 애썼다.


그런데,

형사변호인으로서 피고인들을 접견하고 변론하는 과정에서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면서 느낀 피고인들의 모습은


큰 틀에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살고자 애쓰는 모습'

이었다.


고마운 일에는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온 피고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저지른 행동은

사회에 해를 끼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었기에

그들은 처벌을 받아야 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를 보게 되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우연히 여고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아들과

그 아들을 구하기 위하여 또 다른 살인과 그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또는 광기로 방화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어머니가 주인공이었다.


위 영화는 호평을 받은 영화로 알고 있다.


만약 위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나 뉴스에 나왔다면,

사람들은 피고인과 모친을 비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범죄를 저지른 피고인과 모친이 범죄자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니,

사람들은 피고인과 모친을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범죄자를 ‘어떻게’ 변호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된 것 같았다.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을 바라보듯
피고인을 사람 자체로 바라본다면,
피고인을 변호할 수 있는 것 같다.



피고인을 변호한다고 해서,


피고인이 저지른 행위를 옹호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영화의 주인공을 바라보듯,  
‘사람'인 피고인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변호를 했던 것 같다.




필자는 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던 범죄자라는 사람에 대해

변호인이 직업인 필자 이외에도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서


비록 위 사건이 실제 사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덜 외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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