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피고인이 가족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면?
구속된 피고인이
중병에 걸려 당장 병원에서 수술 등을 받아야 하거나,
피고인의 아내가 출산을 하거나,
피고인의 가족이 사망하여 장례에 참석해야 할 때
구속된 피고인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이 경우, 구속된 피고인은 구속의 집행정지를 통해
일정한 기간 구치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구속의 집행정지는
구속의 효력은 유지된 상태에서
구속의 집행력을 일정기간 정지시켜
피고인을 석방하는 재판 및 그 집행을 의미한다.
구속의 집행정지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1항에 의하면,
법원의 결정으로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인 바,
당사자에게는 신청권이 없고 가사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 밖에 없다.
하지만,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이 알리지 않으면
피고인의 일신상의 사유(피고인의 중병, 아내의 출산, 장례 참석 등)를 알 방법이 없으므로,
현실적으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원에 구속의 집행정지신청을 하여 그 내용을 법원에 알려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중병, 아내의 출산, 가족의 장례
참석 등의 사유가 발생한 구속된 피고인이나 그 가족은
이러한 사실을 지체 없이 변호인에게 알리거나
직접 법원에 알리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통상 장례는 3일장으로 진행되므로 신속한 연락과 신속한 업무처리가 집행정지결정 여부를 좌우한다(3일이 지나버린 경우 집행정지를 신청할 실익이 없어진다)
이와 같이 신속한 연락과 빠른 업무처리가
구속의 집행정지결정을 좌우하는 바,
피고인들 중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더라도 그 사실을 장례식 이후에 알게 되었거나, 법원에 장례 소식을 알릴 변호인이 없거나 변호인과의 연락이 어려운 등의 사유로 인해
구속 집행정지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피고인들이 많다.
(피고인들의 반성문 등에는, 부모님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했을 당시의 경험이다.
필자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된 구속된 피고인의 20대 초반 아들들이 필자의 사무실로 전화를 해 ,
“큰 아버지가 오늘 돌아가셨는데 큰 아버지가 결혼하지 않아 우리가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버겁다. 아버지가 나와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 달라”며 다급한 내용을 전했다.
필자는 국선전담변호사로 3개의 재판부에 소속되어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된 사건들을 변론하고 있는 바,
전화를 받은 당일이 위 피고인이 재판받는 재판부의 재판일이었기에 그 재판부에서 다른 여러 피고인들 사건을 변론하고 있었다.
필자의 직원은, 법원에서 변론을 하고 있던 필자에게 메신저로 위 내용을 전달해 줬다.
필자는 필자가 변론하지 않는 시간에 법원의 변론준비실로 내려가 직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전화번호로 전화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후, 구속집행정지신청서를 작성해서 법원 민원실에 제출했다.
(민원실에 서류를 제출해도 재판부에 도착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재판부의 빠른 확인이 필요한 서류들의 경우, 재판부에 전화를 걸어 신청서 제출과 확인을 부탁드려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의 재판일에는 재판부에서 전화를 받지 않기에 직접 재판하는 법정에 찾아가 신청서 확인을 부탁드리는 메모를 전달해야 한다.)
전화연락을 받은 날이 재판부 재판일이었기에
필자는 피고인의 다급한 사정을 메모지에 작성하여
휴정하는 시간에 실무관님께 전달하며
“오늘 중으로 재판장님께서 신청서를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부탁드렸다.
실무관님께서 재판장님께 내용을 잘 전달드렸고,
재판장님께서도 신청서 제출일이 재판일이라 하루종일 재판을 진행하시느라 지치셨을 텐데도 불구하고
신청서 제출 당일 재판을 모두 마치신 저녁에
구속집정정지결정을 내려주셔서
피고인은 무사히 장례를 치르고 돌아올 수 있었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피고인의 재판날이 되었다.
재판장님께서
"장례는 잘 치르셨습니까"
라고 물어보시자,
피고인은
"재판장님 감사합니다. 장례를 잘 치렀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위 사건은 항소심 사건이었다.
항소심에서는 1심과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항소가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위 피고인의 사건도 1심과 다른 사정이 없기에 항소가 기각되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장례를 잘 치르고 돌아와서인지
항소가 기각되었지만, 원망하거나 억울해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피고인들의 반성문에는 가족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죄송함이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위 피고인의 마음에는
장례식에 참석 못한 응어리가 생기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