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피고인들의 다짐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인지,
많은 범죄들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일어난다.
피고인들 중에는 술에 취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필자가 특히 안타까웠던 피고인들은
술에 취해 폭행,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손괴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40대 이상의 어느 정도 삶을 살아온 피고인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홀로 자녀를 양육해오고 있었다.
부부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혼자 일을 해 돈을 벌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피고인이
아이에게는 버팀목이 되어 준 양육자이지만,
피고인 또한 힘들고 외로운 약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홀로 아이를 양육하던 남자 피고인들은
외롭고 힘든 삶을 술로 달래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 아이를 양육해 온 피고인들을 접견할 때면
그들이 버텨온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피고인들을 접견하면서
왜 그날 술을 많이 마셨는지 들어보면,
사건이 발생한 그날에는
평소보다 더욱 힘든 일로 인하여
그 일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 경우도 많았다.
피고인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괴로움을 잊기 위함인 경우가 많았는데,
술을 계속 마시다 보니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었고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결국,
괴로움을 잊기 위해 마신 술로 인해
더 괴로운 일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 처음에 술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면
(특별히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벌금형이 선고된다.
2) 다음에 또 술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면
그때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고,
3) 그 후에 또 술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면
그때는 실형이 선고될 위험이 크다.
결국,
술을 끊지 않아 계속 범죄를 저지른다면,
형량은 더 중해지는 것이다.
필자는 술을 마셔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을 변론할 때마다,
피고인들의 힘든 삶이 이해도 되지만,
계속 술을 마시면 스스로에게 해가 될 것이기에
“이제 술을 끊으셔야 한다"라고 말씀을 드린다.
필자의 말을 들은 피고인들 중에는
“변호사님, 저 술 끊었습니다.
이제 술 안 마십니다.
정말입니다. “
라고 말하는 피고인들이 많았다.
그런데, 분명히 필자에게
술 끊었습니다.
라고 말한 피고인들이
그 후에 필자와 접견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맥주를 마셨는데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필자가
“술 끊었다고 하시고는 맥주를 왜 마셨습니까?"
라고 하면, 그 피고인들은
“아이고 변호사님,
맥주는 술이 아니죠.
맥주 마시면 안 취해요. “
라고 대답했다.
술을 많이 마시는 피고인들이 필자에게
“술을 끊었다"라고 말할 때의 "술"에는
“맥주"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술을 끊겠다"라고 말하면서도,
"맥주는 술이 아니다. 맥주는 마셔도 된다"라고
말하는 피고인들을 볼 때면,
'인생의 낙을
끊으라고 말했던 건가 ‘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술에 취해서 범죄를 저지르니
스스로를 위해서는 술을 끊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술은 힘든 삶을 잊게 해 주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술이 과하면 범죄를 저지르게 될 위험도 있다.
뭐든지 과해서 좋은 것은 없고,
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마신 술로 인해
더 괴로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든 삶을 잊게 해주는 술의 장점만 취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