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영 변호사 Mar 22. 2023

보복협박사건 무죄 변론

인간의 나약함과 감정의 무상함

​​1. 사건당사자들(가명)의 성격 등


1) 피고인:

마약을 하는 사람이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음


2) 피해자:

마음이 한없이 약한 사람. 마약을 하여 환각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소위 뚜껑이 열려 ‘누가 쫓아온다’라면서 환청을 듣고 환시를 보기도 하여 불안한 증세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수하여 구치소에 수감됨. 구치소 안에서도 약을 계속적으로 복용하여 ‘방안에 드론이 날아다닌다’고 말하는 등 환각상태가 지속되었음.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마약을 하며 성관계를 하는 사이라고 의심하여 같은 거실 사람들과 모의하여 피고인을 무고함.


3) 전O

피해자와 같은 거실에 수감되었던 마약사범, 검찰청에 출석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협박하는 말을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진술. 1심 재판당시 증인소환장이 송달되자 외국으로 출국함.


4) 박Oo

피해자와 같은 거실에 수감되었던 마약사범, 검찰청에 출석하여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협박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고 진술, 1심 재판당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여 마약에 취해 어떻게 진술했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피고인이 협박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을 번복.


5) 피고인 측 증인 2명:

피해자와 같은 거실에 수감되었던 마약사범. 1심 재판당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임을 증언해 줌(우리가 비록 죄를 지었지만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출석했다고 증언함).


6) 피고인 측 증인 1명:

피해자와 같은 거실에 수감되었던 마약사범, 1심 재판당시 증인소환장을 받고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며 증언을 거부하다가(피해자를 불쌍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추정됨) 과태료 처분을 받자 증인으로 출석과태료 처분을 받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임을 증언함).



2. 공소사실


피해자는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로 체포된 후,

필로폰 출처와 관련하여 피고인과, 여성 이지혜로부터 금원을 지급하고 필로폰을 구입했다고 진술하여 피고인도 필로폰 투약 혐의 등으로 체포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이지혜에 대한 진술을 틀지 않으면 추가건을 띄우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등으로 3회에 걸쳐 협박했다는 내용(특가법상 보복폭행등죄)으로 기소되었다.


3. 변론과정


필자가 위 피고인의 1심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었다.


피고인을 접견하기 전에 기록을 검토한 결과,

피고인은 수사단계부터 일관되게 협박한 사실이 없음을 주장했고,

피해자와 참고인들의 진술이 구치소의 실태와 경험칙에 맞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고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갔다.

피고인은 변호인접견실에서 필자를 만나서 말했다.


"변호사님, 저 정말 협박한 사실 없습니다.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피해자 말 다 거짓말이에요"


필자와 접견한 피고인들은 모두 억울하다고 말했다.

억울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던 필자는 변론을 할 때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말을 믿지 말고 객관적 증거를 보자,
경험칙으로 판단하자"



피고인이 강력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해도 부인해도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하면 실형만이 선고될 사건이기에  공소사실 부인으로 변론방향을 잡았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에, 피해자와 목격자 2명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해 모두 부동의를 했고, 피고인 측 증인 3명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증인인 피해자와 목격자 2명, 피고인 측 증인 3명 모두 6명에 대한 증인신청을 채택했다.


제1회 공판기일 후에 검사는 피해자에 대한 주민조회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증인신문 등 법정공방은 더 치열해졌다.


피해자가 출석할 수 없다고 하여 피해자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서도 안되고,

피해자가 출석할 수 없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서도 안되기 때문이었다(실체진실을 밝혀야 피해자도, 피고인도 억울하지 않았다)


한 명의 증인을 신문하는데 2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검찰에 출석하여 피고인의 협박을 듣고 피해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던 목격자 전0은 증인소환장을 받고 외국으로 출국하였다(고의적으로 증언을 회피하였다).


피고인이 협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또 다른 목격자인 박OO은 법정에 출석하여, "검찰에서 진술할 당시 마약에 취해 있어서 자신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피고인이 협박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이다"라면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다.


피해자와 같은 거실에 수감되어 있던 피고인 측 증인 3명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는 당시 마약 부작용으로 불안정한 정신상태에 있었다. 피해자는 자신이 구속된 후 피고인이 자신의 여자친구와 부적절한 사이가 된 것 같다고 의심하여 피고인을 협박으로 무고하기로 하고 이를 목격하였다고 진술한 사람을 모집하였고, 2명의 수감자들이 공적을 쌓기 위해 이에 응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피해자는 마약으로 인한 환각상태가 심각하여 경찰서에 자수하였고, 구치소에서도 계속 약물을 복용하였다. 또한 자신이 구속된 후 자신의 여자친구와 피고인이 부적절한 사이가 된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협박을 목격하였다는 전O은  증인소환장을 송달받고는 외국으로 출국하여 법정에서의 증언을 적극적으로 회피하였고(전O대한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신청은 기각되었다), 또 다른 협박 목격자인 박OO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는 바, 피해자가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였을 가능성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배제할 수 없었다.


검찰 측 증인 3명 중 2명(피해자와 피고인의 협박을 듣고 피해자에게 전달하였다는 목격자 전O))이 법정에 불출석하여 검찰 측 증인인인 박OO과 피고인 측 증인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고, 피고인신문, 증거조사 등을 거쳐 검사의 구형이 있었다.


검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제 필자가 최후변론을 해야 했다. 여름경에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고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치열한 변론을 거쳐 최후변론을 할 때는 가을이 되었다. 처음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었을 당시에는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100%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변론을 진행했지만, 증인신문 등을 거치면서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고 피해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


피고인의 억울함 호소가 무죄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만약 유죄가 선고된다면 피고인의 억울함 호소는 중한 형량으로 돌아오기 마련이기에 무죄를 주장할 때는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들었다. 필자는 피고인의 무죄를 어느 정도 확신하는 마음을 갖게 된 상태에서 최후변론을 진행했다.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하고 결심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피고인으로부터 감사 편지가 도착했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선고기일에 변호인이 피고인 옆에 앉아서 피고인과 함께 선고를 듣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실무에서는 선고기일에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검사가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1심에서 증인소환장을 송달받고 외국으로 출국한 전민준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결국 전민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어 무죄로 확정되었다.


4. 피해자의 고소가 거짓임을 밝힌 변론


가. 피해자의 고소가 거짓임을 밝히는 과정-> 4명에 대한 증인신문


검찰 측 증인 3명 중 피해자는 법정에 출석할 수 없었고, 피해자에게 협박을 전달했다는 목격자 전민준은 증인소환장을 송달받고 외국으로 출국했다.


피고인의 협박을 들었다는 목격자 박정운은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번복했다.


피고인 측 증인 3명은 모두 사건당시 피해자와 같은 거실에 수감 중인 마약사범들이었는 바, 이 중 2명은 증인소환장을 받고 출석했지만, 나머지 1명은 피해자와의 관계로 인하여 증인출석을 거부하다가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자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하였다.


나. 피해자가 거짓고소를 한 이유 및 과정


-> 피고인이 피해자의 여자친구와 함께 마약을 하며 성관계를 하는 부적절한 사이가 되었다는 의심을 하여 같은 거실 사람들에게 피고인이 야당이고 인간사냥꾼이라 거짓말을 하여 피고인을 적대시하게 만든 후, 같은 거실 사람인 목격자 1과 2와 모의하여 피고인이 보복협박을 했다고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함. -> 피해자. 전O, 박OO이 검찰에 출석하여 피고인이 보복협박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함-> 피고인은 검찰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함-> 검사는 피고인을 보복협박으로 기소


5. 사람은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인가?


피해자는 마약으로 인한 환각상태가 심각해져 소위 뚜껑이 열려 스스로 자수를 해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구치소에 수감되면 약을 복용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약을 복용해 환각상태가 지속된 상황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마약을 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을 사실로 믿어버림.

피해자는 마약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정신을 잃어버렸고 종국에는 생명까지 잃어버림. 사람은 마약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는 나약한 존재.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울 수도 있는 이기적인 존재.


마약에 취하고 잘못된 정신에 빠져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결국 소중한 자신의 인생을 마약에 취해 마감해 버림. 인간의 나약함과 감정의 무상함을 느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그 실체가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자세히 보아야 거짓말을 알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