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영 변호사 Mar 25. 2023

“너 보기 싫다. 남남으로 지내자. 집에서 나가라. “

집에서도 밖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가출 청소년들

소년범들의 경우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소년범들의 경우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식기소되어

일반법원의 형사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변호인으로서는

피고인들을 소년부로 송치시켜 전과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변호이다.

(정식기소된 소년범들이 그대로 재판을 받아 유죄가 선고되면 전과가 생기고,

소년부로 송치돼서 처분을 받으면 범죄경력조회가 아닌 수사경력조회에 기재가 되어 전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시기에 집에 머무를 수 없어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생활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액 알바로 유인하는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위 피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기록을 검토해 보니

어린 피고인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고인은 본건 이전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었다.

피고인의 부모님은 피고인이 4세경 이혼하셨고,

피고인은 부친괴 함께 거주하였다.

피고인의 부친은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이 있었다.

실수로 빨래가 떨어져 있거나 드라이기를 전기 콘센트에 꽂아 놓고 가는 날이면 바로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고, 참다못한 피고인이 말대답을 하자 그릇으로 피고인의 머리를 폭행하여 그릇도 깨지고 피고인의 머리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또한 칼로 피고인을 찌르려고도 해서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한 사실도 있었다.


이러한 사유로 가정폭력으로 가정에서 생활하기 곤란한 학생들의 숙식을 해결해 주는 곳에서 약 1년 동안 생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친의 폭행과 폭언이 지속되자, 피고인은 부친의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을 견디기 어려웠고 부친을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실업계고등학교에서 인문계고등학교로 학교를 옮긴 후, 지각을 몇 번 하기도 했다. 피고인의 부친은 카카오톡으로 피고인에게 “너 보기 싫다. 이제부터 남남으로 지내자. 집에서 나가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위 메시지를 받은 피고인은 짐을 챙겨 무작정 집을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집을 나와 갈 곳도 없었고, 생활할 돈도 없었다.


피고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에 20만 원 이상 벌고 싶은 사람만 연락하라”는 글을 보고 연락하자, 불상자가 “서울에 올라오면 하루에 2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라고 하여 위 말을 믿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피고인은 위 불상자와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를 했는데,

위 불상자는 ‘000’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설명을 들으라고 하여 22:00가 넘은 시각에 강남 고속터미널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 안에서 위 000을 만났다.


위 000은 피고인에게 “퀵 서비스 같은 일이다. 고객 정보가 들어오면 고객과 전화통화를 하고 퀵서비스 기사를 보내도 되냐고 물어보고 고객 주소 주변에 있는 퀵서비스를 검색해서 그 주소지로 퀵서비스 기사를 보내서 고객으로부터 물건을 수령하여 가까운 버스터미널에 가서 탁송을 한 후 그 소화물을 찾아서 지시받은 장소로 전달해 주면 된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후 페이스북 메신저로 새벽에 ‘위챗’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라고 하여 위 앱을 다운받아 ‘사장님’이라는 사람을 친구 추가하고, 위챗을 통해 계속 지시를 받았다. 피고인에게 위챗으로 지시하는 사장님이 피고인에게 박스를 뜯지 말라고 했기에,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고인이 수령하여 전달하기로 한 소화물 안에 타인 명의 체크카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다른 지하철역에서 000을 만났는데, 피고인이 000에게 박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물었더니 000이 다른 사람 카드가 들어있다고 하여 이때부터 피고인이 전달하는 소화물 안에 타인 명의 체크카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채,

단순히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본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었고 피고인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피고인은 아직은 의사결정과 판단에 있어

어른보다 미숙한 상태이다.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폭언을 견딜 수 없었던 피고인은 집을 나오게 되었고,

아직 어리고 미숙한 피고인은 집을 나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고액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본 건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범죄조직에 이용당한 것이었고

약속한 돈도 받지 못한 채 형사처벌만 받게 되었다.


청소년 시기는, ​양육자의 보호가 필요하고,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집이 보호받는 공간이 아닌 청소년들은 집을 나간다.


하지만,

집을 나가도 보호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집을 나간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에 이용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어린 피고인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그 어린 피고인은 처벌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건 아닐까?

그 피고인의 부친 역시 어린시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양육자의 보호 없이,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나가

범죄조직에 이용되는
어린 피고인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고인들이 눈물을 흘릴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