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이 범죄를 계속 저지르는 이유는?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처벌을 강화하면, 범죄가 줄어드는 것일까?
필자는 12년 동안 5천 건 이상의 형사사건을 변론하면서,
대다수의 피고인들이 처벌을 받은 후에도 같은 범죄행위를 반복해서 저지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들이 범죄를 계속 저지른다는 의미는
바꿔 말하면,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피고인들은 왜 처벌을 받아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
필자는 수천 명의 피고인들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범죄를 저지른 원인에 대해 듣게 되었고,
피고인들이 일정한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통된 원인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절도, 사기 등의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피고인들의 경우, 생계유지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모욕, 폭행, 공무집행방해, 살인, 방화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피고인들의 경우는,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정 조절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절도나 사기범죄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태어났으니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잠잘 집도 필요하다.
결국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가지고 있는 돈도 없고 몸이 아프거나 일자리가 없는 등의 이유로 돈을 벌 수도 없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 방법을 사용해도 결국 살아갈 돈이 없을 때
마지막에 선택한 방법이 절취나 사기 등의 범죄였다.
절취나 사기행위 등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받는다.
처벌을 받아도 대부분의 경우는 여전히 돈도 없고 돈을 벌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처벌을 받았더라도 살기 위해서 또다시
절취나 사기 등 범죄행위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모욕, 업무방해, 방화,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도 마찬가지이다.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적 문제 등의 이유로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범죄를 저지른 주된 이유인데,
처벌만 한다고 해서 감정조절 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처벌을 받고 나온 후에 감정조절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피고인들이 많다.
그 피고인에게 아무리 중한 처벌을 하더라도,
범죄발생의 주된 원인이었던 감정조절의 어려움이 처벌 전후에 그대로 존재하므로,
처벌을 받았더라도 같은 종류의 범죄를 또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결국, 아무리 중한 처벌을 받더라도,
범죄를 저지른 원인이
형사처벌 전후로 계속 존재하므로,
그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다면,
또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 피고인이 왜 그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원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단지 그 “결과”에만 관심을 갖고 중한 처벌만을 주장한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원인이 그대로 존재하는데
처벌만 강화하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