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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변호사 Mar 18. 2023

피고인들이 눈물을 흘릴 때

필자는 피고인들을 변론해 오면서

피고인들의 눈물을 종종 목격하게 되었다.

특히 필자가 구치소에서 피고인과 접견할 때

눈물을 흘리는 피고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선변호인의 변호를 받는 피고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피고인과 접견을 하기 전에 필자는

각 피고인의 기록을 모두 검토해서

그 피고인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경위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파악한다.​

기록을 읽으면

피고인들의 고단하고 피곤했던 삶이 느껴졌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난 어떻게 행동했을까? ‘


특히 필자가 안타까웠던 피고인들은

1) 이혼 후에 홀로 자녀를 양육해 온 가장들과

2) 양육자가 없이 어릴 때부터 홀로 생계를 유지해 온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모든 것이 지쳐갈 때쯤

마수의 손길처럼 범죄가 다가왔다.

대부분의 범죄는 그 원인이 ‘돈’과 ‘술’이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이 필요했으리라.

돈이 필요해서 사기, 절도 등의 범죄가 생겼고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술로 달래다가

폭행, 업무방해, 공무집행 방해 등의 범죄가 생겼다.​


필자는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온 피고인들을 접견할 때면,


“그동안 힘드셨죠”


라고 말을 건넸다.


실제 치열하게 발버둥 치며 인생을 살아온 피고인들은

“힘드셨죠”라는 말에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필자 역시 정말 힘들 때는 누군가로부터

 “힘드시죠”

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을 흘렸던 경험이 많기에

그들의 눈물에 공감할 수 있었다.



힘겨운 삶을 살아온 그들의 눈물,

그리고 잘못된 선택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지금.​


현재는 비록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인이지만,
그들에게도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다.



그 치열한 순간들을 필자가 공감해 줬을 때,

피고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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