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영 변호사 Mar 12. 2023

좋은 변호사란?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행일 경우 변론방법

피고인의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도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변론하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일까?


피고인의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면,
피고인을 설득해서
유리한 형량을 받도록 변론하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일까?


좋은 변호사란 어떤 변호사일까?

어떤 변론이 진정 피고인을 위한 변론일까?


참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그리고 정답도 없는 것 같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해 변론하는 것이지만,

변호인이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그 형사책임을 질 주체는 피고인이다.)


결국

변론방향을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피고인이고,

변호인은 피고인이 진정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만 할 수 있었다.




청년이었던 피고인은 공동 감금행위로 인하여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항소했고,

필자가 위 피고인의 항소심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됐다.


위 피고인은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여

1심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불러 증인신문을 했으나, 피해자의 증언은 오히려 피고인이 유죄임을 입증해 주는 결과가 되었다.


​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후에

피해자와 합의하여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게다가 위 피고인의 공동감금행위는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행이었다.


집행유예기간 중의 범행으로 실형이 선고되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므로,

위 피고인은

집행이 유예되었던 기존의 징역형도 살아야 하고,

새로 받은 8월의 징역형도 살아야 했다.


필자는 위 피고인과 접견하면서,

위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감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어쩌면 확신했기에) 무죄를 주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는 가장 많은 이유는

피고인들이 판단하기에는 자신의 행동이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과

2) 법에서 판단하는 형사처벌을 받을 행동은 다르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판단의 주체는
피고인이 아니라 법원이다.

.


아마도 위 피고인의 1심 변호인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변론했을 가능성이 크다.


위 피고인은 1심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자신의 행위가 감금임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1심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괴 달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구치소에 수감된 피고인은,

항소심 사건의 변론을 위해 구치소로 접견을 갔던 필자에게

법이 그렇다는데 받아들여야죠.

라고 말했다.

1심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자신의 행위가 ‘감금’ 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후에는 자신의 행위가 ‘감금’ 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비록 1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가 구속되었지만,

피고인의 뜻대로 재판을 받아서인지

1심 변호사를 원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집행유예기간 중에 공동감금죄를 범한 피고인이

가장 유리한 형량을 선고받기 위해서

변론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했을까?


집행유예기간 중의 범행일 경우에는, 무죄를 주장했다가 유죄가 선고되면 실형이 선고될 확률이 매우 높다.


실형이 선고되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집행이 유예되었던 기존 징역형도 살아야 하고,

새로 선고받은 징역형도 살아야 하므로,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행이라면,
무죄 주장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기소 이전의 단계에서는 무죄주장을 했더라도,

이미 기소가 되었다면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벌금형의 선처를 받는 방향으로 변론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


​만약, 위 피고인이 필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론방향을 설정하여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면,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지 않으므로
수감되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사건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니
역시 수감되지 않을 것이다.


 피고인들이 아무리 강하게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결국 선고는 피고인의 생각이 아니라,

법에서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된다.


따라서,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행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경우, 무죄가 선고될 확실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변론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들 중에서는 어떤 형량을 선고받아도 상관없으니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진행하여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형사재판에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변호인이 아니라 피고인이기에


피고인이 실형이 선고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라면,

변호인으로서는 피고인의 주장대로 변론했을 경우 선고받을 형량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피고인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변론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률적 조언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변론방향에 대한 최종 선택은
피고인 스스로 해야 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범죄자를 변호하면 무섭지 않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