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변론했던 30대 초반의 절도 피고인이 있었다.
그 피고인은 소년시절부터
무수히 많은 절도 범행을 저질러왔었다.
그 피고인에게는 절도가 생존 방법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재물을 절취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교적 장기간의 공백기간이 있다가
또다시 절취를 해서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필자가 그 사건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됐다.
구치소에서 피고인을 접견하면서 물었다.
“그래도 장기간 절취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왜 다시 범행을 한 것인가요?”
피고인은 대답했다.
“이번에 결혼도 하고 어머니 병원비도 필요해서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
이는 피고인도 마찬가지였다.
잘 훔치는 피고인은
계속해서 절도 범행을 저질렀고,
잘 속이는 피고인은
계속해서 사기범행을 저질렀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잘하는 일은 더 발전했고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원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남의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
필자가 변론한 또 다른 50대의 절도 피고인은
10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절취를 해서
수많은 절도 전과가 생겼다.
이제 50이 넘어서 새롭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고
노모와도 약속을 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길 가는 사람의 핸드폰을 절취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핸드폰을 절취한 후였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면
그 잘못된 행동을 잘하게 된다.
잘하니까 그 행동을 계속 반복하다가
잘못된 행동이 그 사람 자신이 되어버리면,
마음으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도
마음과 달리 행동을 이미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수천 명의 피고인들을 변론하면서,
구치소에 수감된 나이 많은 피고인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후회의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그런데, 아무리 마음으로는 빈성하고 후회를 하면서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범죄를 저질러 또다시 수감되는 피고인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이 이렇게 무서웠다.
그 잘못된 행동이 그 사람 자신이 되어버리면,
마음으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도
마음과 달리 행동을 이미 저지른 후였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