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몇 년 전 여자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의 여성분이 사우나에서 탈의실로 나오다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소변을 흘리셨다.
아마도 건강상 문제가 있어서 쓰러지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소변이 흐르게 된 것 같았다.
그러자,
그 쓰러진 분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직원분이
수건을 갖고 와서 닦아주시면서
“여기다 오줌을 싸면 어떡해”
라고 말하셨고,
쓰러진 분은 쓰러진 상태에서도
“나 오줌 안 쌌어요”
라고 하셨다.
직원분은
“뭘 안 쌌어, 여기 오줌이 그대로 있는데”
라면서
쓰러진 분이 소변을 흘린 사실을 강조하셨고,
쓰러진 분은 쓰러져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나 오줌 안 쌌어요”
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필자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쓰러진 그분은
아무리 건강상 이유로 쓰러졌다고 해도
화장실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용공간에서
소변을 흘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무조건 “아니다”는 말로
현실을 부정해야 했을 것이다.
그 직원분은 사우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사우나를 이용하고
자신은 그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심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직원분은 "오줌을 쌌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직원분의 "오줌을 쌌다"는 말은 쓰러진 분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그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말들이 거짓말이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되었더라도
그 말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인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