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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변호사 Mar 13. 2023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었는데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경우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었는데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어떤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1) 구성요건에 해당해야 하고,

2) 위법성조각사유와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일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었는데 무죄가 선고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위법성조각사유인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이다.

실제 형사재판에서

위법성조각사유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위법성조각사유로 긴급피난이 인정된다는 특이점이 있다.


​형법 제22조(긴급피난)

제1항: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항: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항: 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한다.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 9396 판결 등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3. 23., 선고, 2019 고정 2908, 판결[확정]에 따르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피고인이 음주 상태에서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하였는데, 대리운전기사가 도로를 출발하여 잠시 운전하는 도중에 목적지까지의 경로에 대하여 피고인과 이견이 생겨 갑자기 차를 정차한 후 그대로 하차·이탈하자,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위 도로의 약 3m 구간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운전한 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써 상당한 이유가 있어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위 사안은 어떤 사연이 있어서 긴급피난이 인정되었을까?

​​​

김음주씨는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기 위하여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대리운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하였다.


대리운전기사 나대리씨가 도착해서 김음주씨의 차량을 잠시 운전하다가 목적지까지의 경로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는데 김음주씨가 생각하는 경로와 나대리씨가 생각하는 경로가 달라서 의견충돌이 생겼다.


그러자 나대리씨는 갑자기 차를 정차한 후 그대로 하차·이탈하였다.

그런데, 나대리씨가 차량을 정차한 위치는,

양방향 교차 통행을 할 수 없는 좁은 폭의 1차로이자 대로로 이어지는 길목이어서, 정차가 계속될 경우 김음주씨의 차량 뒤쪽에서 대로로 나아가려는 차량과 김음주씨의 차량 앞쪽으로 대로에서 들어오려는 차량 모두 진로가 막히게 되어, 결국 김음주씨의 차량은 앞뒤 양쪽에서 교통을 방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실제로 나대리씨가 하차·이탈한 직후에 김음주씨의 차량 뒤쪽에서 대로로 나아가려는 승용차의 진로가 막히게 되자, 김음주씨는 조수석에서 하차하여 위 승용차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다른 대리운전 호출을 시도했고, 얼마 후 김음주씨의 차량 앞쪽으로 대로에서 들어오려는 택시까지 나타나자 비로소 김음주씨는 진로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운전을 하였다.

김음주씨는 대리운전기사가 정차시킨 지점에서 우측 앞으로 약 3m 정도 운전하여 이 사건 도로의 가장자리 끝 지점에 차를 정차시킴으로써 차량 1대가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위 택시가 먼저 이 사건 도로로 들어갔고 이어서 위 승용차가 대로로 나아갈 수 있었다.

김음주씨는 차를 정차시킨 후 곧바로 하차하여 위 택시와 승용차의 통행을 돕다가, 인근에서 몰래 김음주씨의 운전을 관찰하던 대리운전기사 나대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하여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었다.​


위 당시 김음주씨에게는 운전을 부탁할 만한 지인이나 일행은 없었고, 위 승용차와 위 택시의 운전자 또는 주변 행인에게 운전을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다른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하여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당면한 교통 방해 및 사고 발생 위험이 급박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법원은 위와 같은 김음주씨의 행위에 대하여

교통 방해와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약 3m가량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 이상 차를 운전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김음주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차량을 이동한 거리, 도로의 형상 및 다른 차량의 통행상황 등에 비추어 김음주씨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발생하는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이로 인하여 확보되는 법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김음주씨가 위와 같이 운전한 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써 상당한 이유가 있어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사례 이외에도

법원은 위급한 상황에서 정차된 차량을 옮긴 다수의 음주운전 사례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059%에서 약 10m를 운전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은  대리기사가 피고인 차량을 편도 3차로의 2차로에 정차한 사정,  피고인은 대리기사에게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대리기사가 차량을 이동하지 아니하자, 차량의 시동을 끄고 대리기사에게 내리라고 말한 사정,  피고인이 약 10m 떨어진 우측 도로변으로 차량을 옮겨 주차한 사정,  이 사건 정차 장소는 계속 정차할 경우 사고의 위험이 높은 사정,  피고인의 차량 이동거리와 혈중알코올농도에 비추어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크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운전한 사정 등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고 무죄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도 15989 판결).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077%에서 약 100m를 운전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의 여자친구(강 0정)가 차량을 편도 3차로 중 1차로에 세웠다는 점(차량을 그대로 두면 교통에 많은 지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  이 사건 현장 부근 도로는 소규모 점포가 난립한 혼잡한 도로였던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고 확정되었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도 12007 판결).


피고인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정류장 부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3%에서 약 30m를 운전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대리운전기사가 차량을 정차한 위치가 사고의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더 밝은 위치로 이동하였을 뿐 더 이상 자동차를 운전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행위로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을 형량 하여 볼 때 후자가 보다 우월한 법익인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항소심은 제1심의 이유에 더하여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이는 점,  비상등을 켜두고 삼각대를 세워두는 것만으로는 교통사고를 충분히 방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차량을 갓길로 이동시키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었고,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은 크지 않았던 점 등을 추가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14. 4. 24. 선고 2013노 578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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