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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하윤이 제 오른팔이에요

어린이집 수첩

by 복의근원

새 학년이 되니 학교에 작성해갈 서류들이 많다

학부모총회 및 수업 공개 안내 가정통신문

행정정보공동이용 사전 동의 안내 가정통신문

학교안전사고 보상제도 안내 가정통신문

생활평점제 운영 안내 가정통신문

학생 건강 조사 및 응급처치 동의서

상반기 알레르기 현황조사 등등


e알리미 어플로 가정통신문이 알림이 오면 클릭 한 번으로 보고, 회신까지 할 수 있는 시대다

새 학년 초에는 알림이 울리면 바로바로, 확인하고 회신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올해도 중3이 된 딸아이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대한 정보수집(?)의 목적이고, 아이들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라는 프린트물을 가지고 왔다

"엄마, 이거 오늘 써서 줘"

가족관계부터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장래희망, 아이의 성격 장점, 단점

아이에게 바라는 점 등등 여러 가지 항목을 정말 솔직하게 적었다

가족들과의 친밀도에서는 나는 딸아이와 친밀도다 높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중간이라고 적으라고 했다

오빠와의 친밀도에서는 현실남매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집보다 둘이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서

상이라고 적었는데 오빠랑 사이가 좋은 건 맞지만 상은 아니라며 중으로 고치겠다고 했다.


아이에게 바라는 점 올해 아이가 변했으면 하는 것을 적을 때

일찍 자기, 화장 연하게 하기라고 적었다

딸아이의 반응은 역시 쿨하다

역시 우리 엄마라며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단다.

솔직하고 진솔한 답이 너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글이라고 했다


새 학년 가정통신문의 홍수 속에서

딸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 선생님께서 매일매일 적어주시던 육아일기 같은

일일연락장 나의 하루 생활을 너무 정성으로 써서 보내시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써준 말이 생각났다

어머니 하윤이 제 오른팔이에요

이게 무슨 말인가?

1월생인 하윤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성숙했다

둘째라서 그런지 눈치가 빨라서 진짜 척하면 척이다

선생님을 도와서 친구들을 도와준단다.

물티슈도 갖다주고, 식판도 들어주고, 친구들 케어할 때도 도와주고

선생님을 도와서 보조역할을 톡톡히 한다며

"어머니 하윤이 제 오른팔이에요"라는 글을 읽고 얼마나 웃었던지


그런 오른팔이었던 딸아이는

적당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아침메뉴로 엄마를 고민하게 하고, 물마신 컵은 책상에서 며칠씩 있고, 화장품이 문구류보다 더 많은 그런

평범한 중3이 되었다.

점점 화장이 진해지고, 화장하는 시간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연신 화장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피부가 한 번씩 뒤집어지는 날도 있지만 화장을 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딸아이에 말에 그래 하고 싶은 것 다 해라 누가 너를 말리겠니 라는 생각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언젠가는 하윤이가 엄마의 오른팔, 왼팔, 양팔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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