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고래들을 위한 치유의 노래(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
예전부터 고래가 보고 싶었다.
그 고래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한 마리인 줄 알았던 고래가 점차 모습을 더 드러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고래 떼였다. 거대한 고래들이 점점 육지 쪽으로 헤엄쳐왔고, 나는 내 눈이 의심스러워 눈을 크게 부릅떴다.
갑자기 한 마리가 몸을 솟구치더니 우리가 서 있던 건물 벽에 몸을 부딪혔다. 쿵 하고 육지로 떨어진 고래는 그 몸체만큼이나 거대한 살점이 뜯겨나간 채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따라온 또 다른 고래들이 그걸 똑같이 따라 하더니 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게 아닌가. 회색 빛 바다에서 나온 고래들이 붉은 피를 흘리며 그렇게 죽어가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이번엔 너무 놀라 입이 벌어졌다. 갑자기 복받치는 감정에 잠이 깼다. 꿈이었다.
아직도 생생한 이 고래 꿈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 음반을 산 이유는 딱 하나, 고래가 나와서이다. 이 드라마를 봤던 누구든 거대한 고래가 공중을 나는 장면을 숨죽이며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꿈에서까지 처절한 고래가 등장하던 나에게 우영우가 떠올리던 고래 장면은 충격과 감동, 그리고 희열 그 자체였다. 시간이 지나도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왠지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나는 내가 자폐스펙트럼과 정상인을 가르는 범주의 끝자락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행복하고 기쁜 일에는 잘 공감하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게 서툴다. 남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할 때 그 걸 보면서 슬픈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나는 그 상황에서 '이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고, 어떤 감정을 표현을 해야 하나..'하며 얼어붙은 나의 마음과 두뇌 회로를 억지로 돌려야 한다. 아마 밖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어 하는 고래는 우영우의 고래와도 흡사할 것 같다.
그 장면을 본 다음날부터 나는 출근길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를 들으며 걷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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