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녀의 LP창고 no.7

상처받은 고래들을 위한 치유의 노래(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

by 보라유리

'또 하루 모험이 시작됐다

크게 숨 쉬어보자

내 마음 신호가 꺼지지 않게

조심히 하나, 둘, 셋'


하며 대림역에서 내려 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예술센터까지 걷는 길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TV에서 고래가 날던 장면을 봤던 다음날 나는 우영우 드라마 OST를 일부러 찾아서 들었다.


'이 작은 불빛이 너에게 와닿길 바래

이 작은 풀잎이 너와 눈 마주치길 바래'


이 작은 풀잎도 나에게 위안을 건네는 중이었구나!


왈츠풍 3박자 곡 상상 <beyond My Dream>은

우영우뿐만 아니라, 순도 99% NBTI 내향형 I로

사람들과 부대끼는 세상살이를 버거워하는 나에게 조용히 건네는 위로였다. 선우정아의 따뜻한 목소리는 춤추듯 가볍게 한 번 인생을 걸어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 음반을 구입한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노영심 님이 이 음반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고 피아노 연주도 하셨기 때문이다. 어느 날 노영심 님이 허브농장에 가신단 얘기를 듣고 식구들과 먼 길을 달려 봉평까지 갔다. 그때 그곳에서 만났던 노영심 님이 초면인 친정아빠에게 작은 허브캔디를 선물해 주셨다. 아빠는 그 일이 좋았는지 친구들에게 '노영심 씨에게 선물을 받았다'며 두고두고 자랑을 하셨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아빠에게 이렇게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 주신 노영심 님의 마음은 이 음반에도 왠지 고스란히 녹아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원래 명곡은 B면 첫곡이라는 깨지지 않는 룰이 있다.

이 음반에서 나의 픽도 B면 첫곡 <From 고래>. 아베마리아의 선율에 고래의 울음(노래?) 소리가 절묘하게 얹혀 있다. 고래도 사람과 같은 포유류이며 인간과 음역이 다를 뿐이지 음파로 소통을 한다고 한다. 인간이 음악을 통해 고래와 소통할 수 있다면, 이 곡이 꿈속에서 피를 철철 흘려가며 죽었던 나의 고래들을 위한 진혼곡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지브리풍 그림 그리기를 넘어 사주팔자에도 용하다는 챗지피티에게 꿈해몽을 받아보기로 했다.


'고래는 자신이 되길 원하지만 허용되지 않는 거대 자아의 이미지일 수도 있습니다. 꿈속에서 고래는 벽에 부딪혀 죽지만, 그것은 자아의 확장 시도, 즉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좌절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거창하게도 '해석적 결론'이라는 것을 내준다.


'이 꿈은 단순히 무서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무의식이 의식에게 보내는 강렬한 신호입니다.
고래는 당신 안의 '진짜 나', 혹은 억압된 욕망, 감정, 슬픔일 수 있고, 그것들이 이제 더는 억눌릴 수 없어 의식에 부딪혀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꿈은 자기 내부에서 “나는 더 이상
외면당할 수 없다”는 신호이며, 이제는 그
고래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해야 할
때임을 알려줍니다.'


챗지피티가 신기하게도 알려주는 '내면의 고래를 부르는 일곱 가지 단계의 리추얼'을 캡쳐하며, 시간을 내서 좀 더 내 안의 고래에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사 없이 연주곡만으로 이루어진 이 음반의 두 번째 장 C면과 D면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안의 상처받은 회색빛 고래들도 날개를 달고 이렇게 변해서 날아가겠지.


'그대의 상상처럼 푸르게

고래의 날개처럼 하얗게'


-노영심 작사,작곡,피아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ost, beyond My Dream중에서..-

TMI : LP 3면에 '영우의 일상'이라는 곡이 있다.

LP 한정 수록 미공개 음원이라 한다.

LP 매니아들에게는 이런 곡도 들을 수 있는 깨알 재미가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녀의 LP창고 no.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