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전자음악 <Plantasia>
식물은 클래식과 록 음악중에서 어떤 것을 좋아할까?
이 사실이 궁금했던 남캘리포니아의 한 교수가 실험을 했다. 동일한 생육 조건 하에 식물을 세 개의 방에 나눠 배치했다. 첫 번째 방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줬고, 두 번째 방에는 록 음악, 세 번째 방에는 뉴스를 들려줬다. 첫 번째 방에서 클래식만 들었던 식물들은 잘 자랐다. 예상과 다르게 록 음악만을 틀었던 두 번째 방 식물 역시 잘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 뉴스만 들려줬던 세 번째 방의 식물은 죽고 말았다. 요즘 뉴스를 듣고 있자면 식물이 왜 죽었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식물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나보다. 나처럼 말이다.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친 지난 일요일, 식물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공연을 찾아갔다. 모듈러를 식물에 연결하고 식물이 내는 고유 주파수에 따른 소리를 찾아내어 그것을 증폭하여 신디사이저와 기타 멜로디를 얹어 연주하는 신기한 공연이었다.
음악을 듣는 내내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는다. 평소에 전혀 말을 하지 않아 속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어떤 사람의 은밀한 세계를 여행하고 온 기분이라고 할까?
이 공연의 래퍼런스가 되었다는 <Mother Earth's Plantasia>라는 음반을 알게되었다. 식물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따뜻한 음악이라니! 그리고 LP구매자를 위해 증정한다는 야생화 씨앗이 들어있는 음원 다운로드 카드에 너무나 호기심이 생겼다. 유튜브에서 음원을 찾아 듣고 3초만에 구매를 결정했다.
모트 가슨은 전자 음악의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모트가슨은 이 앨범을 통해 전자 악기로 차가운 기계음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따뜻한 소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976년 처음 나왔다가 2019년 코로나 시기때 반려식물 붐을 타고 재발매된 이 음반은 50년 전에 만들어진 곡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대적이다. 냉장고에 몇 달을 넣어놔도 점점 자라나는 양배추, 비닐봉지에 담긴 채로도 꽃을 피우는 파, 엄청난 보라색 뿌리를 검은 봉지 밖으로 기어코 내놓고야 마는 감자처럼 이 음반도 꼭 신선 식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만 가지 눈꽃 결정의 모양이 같은 것 하나 없이 모두 제각각인 것처럼 식물도 이파리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이런 식물의 속성을 담으려고 했는지 모트가슨은 심포니부터 시작하여 콘체르토, 블루스, 랩소디, 스윙, 아프리칸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를 음반 한 장에 다 (때려)넣었다.
그래서 이 음반에서 최애곡을 고르기가 무척 힘들었다. 굳이 고른다면 A면의 두 번째 곡 'SYMPHONY FOR A SPIDER PLANT'를 추천하고 싶다. 바하음악처럼 서로 다른 선율이 병행하며 진행되다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며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음향이 나온다. 꼭 잎사귀 끝에 자기와 닮은 새끼를 치며 무한 복제를 반복하는 SPIDER PLANT의 비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학교 부지를 이용해 텃밭을 분양해 준다. 거기에 LP음반에 동봉되어있던 씨앗카드를 심었다. 여기에서 과연 어떤 식물이 고개를 내밀지 기대된다.
모트 가슨의 음악이 나의 메마른 마음에도
초여름을 앞두고 내리는 5월 봄비처럼 스며들길!
<Plantasia> by Mort Garson
2019 Emanay Music 재발매
장르: elect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