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준비하는 특별한 자세 <It's Okay Dear> 선우정아
꼭 수족관 속을 헤엄치는 것 같다.
습도 100%의 날씨는 눅눅한 이불만큼 무겁다.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절대적 우울, 장마...
이런 장마철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장마를 즐길 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떴는데 뭔가 선물을 받을 것 같았다.
50분 남짓한 강의를 하러 학교가 있는 회기동에서 일산까지 거의 두시간 동안 경의중앙선을 타고 갔다가, 과천에 있는 집에 돌아오는 먼 여정에, 서울역에서 내린 김에 딴길로 새자고 마음 먹었다.
매주 금요일 야간에 무료 개방한다는 시립미술관이 생각났다.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앞을 지나던 참에 공연을 한다는 입간판이 보였다. 정동길의 명소를 야간에 개방하는 행사의 개막식 공연이었는데, 재즈와 선우정아가 써져있는 글씨를 보고 '아, 이거구나!'싶었다. 오늘의 선물 말이다.
공연자가 무대에서 공연을 하던말던 자기들끼리 악수하며 잡담하느라 바쁜 국회의원, 시의원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날씨운이 없다는 선우정아님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우산을 요청하셨는데, 그것 마저 무대에서 퍼포먼스가 됐다. 다행이 비도 그치고, 자기 인사말을 마치자 흥미를 잃은 내빈들도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갑자기 귀에 익은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영심 작곡 '상상<beyound my dream>! 선우정아님이 직접 부르는 상상을 이렇게 라이브로 듣게될 줄이야...얼마 전 글을 쓰기도 했던 터라 더 반가웠다.
집에 돌아왔는데 거실에 켜둔 TV에서 또 낮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선우정아를 특집으로 다룬 EBS공감 스페셜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평소에는 TV를 잘 보지 않는데 이번에는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TV에 나온 선우정아님을 통해 몇 몇 음악에 얽힌 사연을 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2집 음반 <It's OKay Dear> LP구매를 결정했다.
모든 앨범이 그렇지만 이 앨범에도 서사가 있다. A면은 장마철 습기처럼 내 안의 우울한 것들을 서서히 불러오며 제습기에 한가득 고인 물처럼 꺼내놓는다.
그러다 '울지마'로 시작하는 B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위로, 익살을 건네다 결국 시원하게 터지고야 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오늘의 픽은 B면 마지막곡 <비온다>!
"우와~ 비온다!"를 발음해보면 음높이가 생긴다.
선우정아님은 어릴 때 '와~~비 온다~!'하고 말했을 때의 음정 '라 도 도~'가 계속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 기억을 담아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첫 소절을 들었을 때 부터 마음을 때리는 아련함, 무언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툭툭 가볍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용기가 느껴진다.
어릴 때 아빠가 사준 장화를 신고 싶어서 비오기를 기다렸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거센 비에 장화는 소용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장화 안으로 다 들어와버린 물로 젖어버린 장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물 웅덩이를 찾아 첨벙 첨벙,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의 상쾌함도 느꼈을 것이다.
비 온다! 비 온다! 비 온다!
모두 입을 벌려 hey!
- 선우정아 2집 수록곡 <비온다>중에서...
장마철이 오면 선우정아의 LP를 B면 끝까지 들으며 비에 젖어도 아랑곳 하지 않는 내 안의 아이를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