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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합격만 하면 끝인 줄 알았다.

by 윈드미

➡️ 1편에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내 머릿속엔 단 하나의 목표만 있었다.

‘합격만 하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그렇게 믿었고,

합격만 하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라고.

실제로 내가 읽은 수기마다 그랬다.

“금의환향하듯 모든 사람이 축하해 줬고,

이제야 사회의 구성원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말로 합격했다.

하지만 합격 후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답답했던 일상은 그대로였고,

달라진 건 ‘합격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합격 후의 첫 번째 현실은

“어디로 발령이 날 것인가”였다.

사람들은 보통

‘합격 =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발령 = 또 다른 시작’이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발령받을 당시에는

첫 연수 때 ‘가족이나 친인척이 같은 직렬에 있는지’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가족을 피해 발령을 내겠다는 의도였겠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그래도 입김(?)이 있는 사람의 자녀이거나 조카면 모두가 꺼려하는 데는 보내지 않지 않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내 첫 발령지는 충북 제천.

나는 청주에 살고 있었고,

제천은 청주에서도 가장 먼 지역 중 하나였다.


그때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첫 기차를 탔다.

퇴근 후엔 17시 30분 기차를 맞추기 위해

야근도 할 수 없었고,

어차피 보지도 못하지만 불안해서 챙긴

무거운 서류 가방을 들고 3시간 가까이 통근했다.

다행히 근무지는 기차역과 가까워

버스를 갈아타지 않아도 됐지만,

그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내가 붙은 직렬은 교육행정직.

학교, 교육청, 도서관 등 근무지가 다양한 직렬이다.

중요한 건 ‘어느 지역’이냐뿐 아니라

‘어떤 기관’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근무강도가 달라진다.


내가 배치된 곳은

실무직원이 없는 초등학교 행정실.

위로는 실장님과 시설주무관님이 계셨고,

기존 7급 자리에

신규인 내가 들어간 구조였다.

예산, 학교운영위원회 등 큰 업무는 실장님이 맡았고,

그 외의 자잘한 행정 업무는 모두 내 몫이었다.

잡다한 업무가 진짜 많은데...

학교 행정 업무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더 큰 문제는

내가 교육행정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알아보지 않고

뭔가 편해 보인다는 이유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법, 교육학만 외우며 시험을 준비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급여 업무부터 소방, 시설, 보안, 기록물, 공문까지.

배운 것과 전혀 다른 세계였다.


학교 다닐 때

행정실 선생님들이 왜 늘 컴퓨터만 보고 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땐 편해 보였는데,

그 많은 공문과 업무를 처리하느라 그랬던 거였다.


하지만 내가 적응하지 못한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그 당시 나는

인터넷뱅킹조차 잘 몰랐다.

이렇게 기초적인 개념조차 없었던 내가

주로 급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니,

실장님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역시... 일보다 더 힘들었던 건 '사람'이었다

나는 그렇게 첫 근무지에서 무너졌다


✅️ [이후의 이야기는 3탄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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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홈공방까지 차린 이야기.

어디에서도 쉽게 듣지 못하는 이야기, 다음 이야기도 함께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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