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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매일 벅찼다.

by 윈드미

➡️ 2편에 이어지는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학교 일을 하기 전,

공부만 했던 건 아니었다.

대학생 때 관공서, 식당, 편의점, 공장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성실하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일머리’는 없었던 것 같다.


행정일도 마찬가지였다.
공부하며 준비할 땐 막연히 쉽게 봤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 정도로 어려웠다.
생소한 용어들, 이해되지 않는 계산식,
복잡한 엑셀 서식까지.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전임자 주사님이 정말 친절하셨다는 점이다.
몇 날 며칠 인수인계를 꼼꼼히 해주시고,
다른 곳으로 가신 뒤에도 연락을 드리면
늘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그분은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실장님’은 좀 달랐다.

내 주 업무는 급여 업무였고,
전임자 분은 그야말로 베테랑이었다.
반면, 나는 인터넷 뱅킹도 모르는 완전 초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장님은 참 답답하셨을 것 같다.
실제로, 나를 혼내는 소리가 복도 밖까지 들렸다고

다른 선생님들께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점심시간이 되면…
행정실에 들어가기 싫어서
화장실에 숨어 있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실장님은
나름대로 잘해주시려고 했던 것 같다.
같은 동네에 산다며
아침마다 같이 출근하자고도 하셨다.

나는 사실… 그게 더 싫었다.

기차를 타면
눈이라도 붙일 수 있었는데,
실장님 차에 타면
긴 시간 내내 눈치만 보이고
말 한마디 편하게 할 수 없었다.


실장님은
“나처럼 잘해주는 사람 없다”라고

가끔 말씀하시곤 했는데
사실 내가 지금까지 근무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힘들었던 분이기도 했다.

실장님 탓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처음 만난 상사가 다른 분이었다면
내 미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실장님의 한숨 소리와 신세 한탄이

늘어나는 날이 많아지던 어느 날,

실장님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

발령 전 날 말씀하셔서 더 놀랐다.

나처럼 실장님도 나와 일하는 게
힘드셨던 걸까?


그렇게 실장님은 떠났고,
학교에는 새로운 실장님이 오셨다.

과연,
나의 행정실 생활은 조금 나아졌을까?


✅️ [이후의 이야기는 4탄에서 계속됩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홈공방까지 차린 이야기.

어디에서도 쉽게 듣지 못하는 이야기, 다음 이야기도 함께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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