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 코스프레

고시원 적응기

by 머꼬

내가 처음 자취를 시작한 곳은 신사동에 위치한 고시원이었다. 싱글침대 하나, 책상 하나가 들어가는 작은 방. 드라마에서나 봤던 고시원에 내가 있다니!! 너무 신났다.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공용화장실도, 공동세탁기도 다 너무 신기했다.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군! 라면이 공짜라고?! 인심이 후하잖아!


고시원에 짐을 풀어놓고 교대역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고시원 주인분께 가는 길을 물어 메모해 왔지만 워낙 길치인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스 타기 전에 기사님께 여쭤보았다.

"교대역 가나요?"

"응? 고대역?"

"네! 교대역이요!"

"고대역 가요. 타세요."

그랬다. 아저씨는 아저씨 듣고 싶은 대로 고대역이라고 들었고 나는 나 듣고 싶은 대로 교대역이라고 들었던 것이다. 세 정거장쯤 지났을까. 버스노선표를 보다가 이 버스는 교대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급히 하차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렸다.


자신감 상실. 오늘도 길치... 인증하고 말았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안에 교대역까지 갈 자신이 없었다. 일단 고시원에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택시를 탔다.


사투리를 쓰면 혹시나 바가지요금을 내게 될까 봐 짧고 간결하게 목적지를 말했다.

"신. 사. 동"

"신사동 가세요?"

"네"

"아이고~지방에서 오셨나 보네~ 어디.. 부산?"


아닛! 소오오름! 어떻게 알았지?

신. 사. 동. 세 글자만 말했는데 대체 어떻게 아신거지? 너무 깜짝 놀라 어찌 아셨냐고 여쭤봤더니 막 웃으시며 세 글자에도 억양이 부산사람이었다고 하신다. 엄청 수줍어하다 어차피 들킨 거 지인한테 전화나 하자 싶었다.

구수한 사투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내 이야길 다 들은 지인이 신사동으로 넘어와 우리는 겨우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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