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일까? 내가 지난 몇 년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1. 돈을 벌고자 했다.
부끄럽지만 대학 4년 내내 부모님께서 용돈을 주셨다. 그 외에도 학원을 다니면 학원비, 책을 사라고 따로 돈도 주시고 교환학생이나 배낭여행을 갈 때도 돈을 주셨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유복하게 자란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나는 욕심이 많아 늘 지갑이 얇았다. 심지어 주식이나 코인, 적금도 빠지지 않고 다 했음에도 늘 더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용돈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국 내가 직접 일을 하는 것이었다.
2. 내 선택에 행복이 있기를 바랐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시간은 공평하다. 누군가는 같은 시간이 주어지면 그저 술을 먹는데 다 쓸 것이고, 누군가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것이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더 낫다는 우열을 가리기보다, 적어도 그 시간이 자신에게 행복이어야 할 것이다. 내게 있어 행복은 소비와 저축에 있었다. 새내기 때 실컷 놀았더니 아버지께서 용돈을 주시던 날의 1주일 전 정도 되면 항상 돈이 없었다. 돈이 없으면 어떤 선택을 하는데 제약이 생긴다. 예를 들어 오늘 술자리를 가면 내일 점심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선택 앞에서 스스로 비참해지는 것을 느꼈고,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 행복하지 않았다. 모든 선택에는 금전적인 여유가 전제로 깔려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3. 배우고 싶었다.
나는 행정학과로 입학해 광고홍보학과로 전과했다. 만약 행정학과에 머무르며 다른 선배들처럼 노량진에 가서 행정고시를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면 나는 행복한 인간이었을까? 누군가에게는 그 길이 천직임을 알지만, 외향적이고 도전적인 나에게는 그 길이 좋은 길이 아니다. 이런 나의 입장에서 작은 것이라도 여러 분야의 일을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아르바이트 경험은 나에게 있어 사회의 현장학습과 같은 역할이었던 셈이다.
4. 사람을 얻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람을 얻었다. 스터디 같은 곳에서 얻은 인연이 더 오래가는 것도 사실인데, 그래도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배운 점이 많았다. 샐러드 가게에서는 내 다음 파트너가 메이저 광고 공모전에서 1등을 했었다. 그녀를 통해 공모전 후기를 들으며 느낀 것도 많았고, 그 외에도 각자의 삶이 같지는 않으니 얻을 수 있는 생활 지식이 많았다. 또한, 처세술이 늘었다. 여러 손님을 대하면서 내 단점이었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을 감출 수 있게 되었다. 거칠었던 내가 사회에 알맞게 다듬어지도록 연마되는 곳은 바로 아르바이트 현장이었다.
친구들 중에는 취업을 했는데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 경험이 전무한 친구도 많다. 이들의 집안 경제 사정이나 건강상의 사정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하게 '일을 하기 싫어서' 경험이 없는 경우가 다수다. 난 인생이 하나의 책이라면 각 페이지는 경험이라고 믿는다. 평생을 한 지역에서만 사는 것도 그저 한 페이지에 불과하고, 하나의 직업만 가지고 하나의 일만 하는 것도 한 페이지를 쓸 뿐이다. 당신의 인생은 몇 페이지짜리인가?
알바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