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의 관점에서
직원의 만족도는 곧 매출로 직결된다.
매장에 있는 직원들이 얼마나 충성심이 높은지, 만족도가 높은지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진다. 놀랍게도, 그 차이를 손님이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사장님이 말도 안 되는 급여를 지급하고 적은 급여에도 많은 일을 시키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어떨까? 그리고 곧 그만두며, 단골들은 매번 새로운 직원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대학생들이 쉽게 접근하는 빵집이나 카페, 편의점 등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래 일을 하는 직원을 두는 것은 매출에도 분명 영향이 있다. 경험에 따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좋은 사장님의 조건을 적어보겠다.
1. 제때 급여를 주는 사장님
9년이 훌쩍 넘는 아르바이트 경력을 쌓는 동안, 급여 문제로 속을 썩인 사장님은 몇 없었다. 다만 하루 혹은 이틀 정도 밀리게끔 급여를 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물론 사장님들도 남모를 쓰린 사정이야 있겠지만, 사회에 나가기 전이나 혹은 어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주로 하게 되는 아르바이트인지라 그 며칠 차이가 굉장히 서운하다. 그리고 이런 사장님은 보통 온갖 세금은 다 나보고 떼라 하고 온갖 지원금은 다 뒤로 받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도 하다 보니 사장님들이 국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는지도 잘 알게 된다. 떡볶이 집 사장님은 원한다면 주급이나 일급으로도 주겠다며 당일에 현금 지급도 해주셨는데, 이렇게 급여 방식에 있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다.
2.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해주는 사장님
당연한 일이지만 제때 근무를 시작하는 것은 중요한 약속이다. 9시부터 일을 하기로 했으면, 9시까지는 적어도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장님들은 직원들이 제때 오는 것을 중요시하지, 제때 가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9시 근무를 위해 늘 5분 일찍 가는데, 이 5분은 생각하지 않고 은근슬쩍 몇 분이라도 더 붙잡고 일을 시키고자 한다면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가지기 어려운 것 같다. 일이 없다면 적당한 시기에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시켜주는 것도 직원 복지일 것이다.
3. 말을 바꾸지 않는 사장님
거의 10명 중에 5, 6명은 속하는 유형이다. 사장님들은 직원들에게 엄격하지만 스스로에겐 굉장히 관대하다. 예를 들어 손님이 있을 때는 핸드폰을 만지지 말 것을 요구하는 사장님이 굉장히 많다. 위생적인 문제와 서비스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근거인데, 사장님들은 자신들이 한 테이블을 차지해 앉아있거나 핸드폰을 하는 것에는 큰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 업무 지시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이렇게 지시했는데, 오늘은 저렇게 지시하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기억도 못하는 사장님이 많다. 이런 경우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상당히 피곤해진다.
4. 도전정신이 약한 사장님
진취적인 사장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꼭 자신이 꽂힌 분야에서 도전하는 사장님을 말한다. 예를 들어 포장 용기가 리뷰 등을 쓸 때 좋지 못하다는 직원들의 평가를 들었으면 용기를 바꿀 생각을 해야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어 어떻게 하면 배달을 늘릴까만 고민해서 직원들의 업무 부담만 가중하는 선택을 하는 사장님이 있었다. 안에서부터 다져가며 튼튼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장기적으로 매출도 늘고 독보적인 브랜드를 구축할 텐데, 그저 단기간의 매출만을 안정성으로 따지는 셈이다. 쓸데없이 메뉴 늘리기, 돈이 된다 하면 다 하기, 아르바이트 줄이기 등이 대표적인 이 사장님들의 특징이다.
5.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한 사장님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 소개 카드 뉴스를 만든 적이 있었다. 광고를 전공했지 미술을 전공한 것이 아닌데, 대뜸 채용하길래 당연히 미술을 전공한 사람과 협업할 줄 알았다. 하지만 1인 기업이었고, 내가 만드는 카드 뉴스에 '이건 좀 아니지 않아?'라는 말만이 피드백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어떤 부분을 어필하고 싶은지 전혀 설명을 해주지 않은 채 부정적인 평가만을 쏟아내니 일한 지 3일 만에 그만하겠다고 했다. 사장님 본인도 방향을 못 잡는데, 내가 왜 그 작은 시급을 받으며 일을 해줘야 할까? 아, 물론 3일 일했다고 급여도 주지 않았다.
물론 이 외에도 성향에 따라서는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사장님이나, 먹을 것을 잘 챙겨주는 사장님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장님들의 입장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아르바이트는 곧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3개월 이상 일 할 생각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장님들이 많았었다. 그렇다 보니 나도, 다른 친구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러 가지 고민거리 중 하나가 사장님과의 관계였다. 일이 힘들어도 사장님과 사이가 좋으면 절로 힘이 났고, 챙겨주시면 그만큼 보답을 하고 싶어 졌다. 우스갯소리로 아르바이트들이 가장 눈치 보이는 순간이 사장님과 일하는데 손님이 없을 때다. 손님이라도 있어야 내 시급이라도 챙겨 받을 텐데 손님이 없으면 그만두라고 할 까 봐 눈치가 보이고, 사장님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결국, 돈을 벌고 싶은 사장님들은 직원들에게 먼저 잘해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