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알함브라 궁전 앞에서 춤을

까미노와 타파스

by 양옙히

우리는 서로를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거칠지만, 우리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다.






채은은 조심스럽게 우리를 술자리에 초대했다.

사실 자신은 '까미노'라고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트래킹을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지금 그라나다에 와있다고 했다.

나와 형은 흔쾌히 그러자고 했고, 채은은 우리를 한 레스토랑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10명 정도 되는 한국인이 있었다. 얼굴이 시꺼먼 덩치 좋은 남자가 반이었고, 누가 봐도 이제 막 스페인에 도착한 관광객이 반이었다. 리더 격인 사람이 있었는데, 오늘 하루 그라나다에서 만난 모든 한국인들에게 파티를 할 건데, 자신들이 모든 비용을 댈 테니 같이 재밌게 놀자며 사람들을 모았다고 했다.

그라나다는 정말 작은 도시인데, 이 작은 도시의 한 레스토랑이 가득 찼다.

우리는 시끌시끌하게 맥주를 달라고 했는데, 여기서 그라나다의 문화를 느꼈다.


바로 타파스 레스토랑이다. 타파스는 스페인의 음식인데, 사실 식사보다는 가볍게 술과 먹을 수 있는 안주에 가깝다. 그 종류가 레스토랑마다 수십 가지라 정형화된 타파스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게 하몽과 감자칩이 기본적인 타파스의 시작이다. 그라나다에서 맥주와 타파스를 시킨 후 맥주를 계속해서 시키면, 주인장이 기분에 맞춰 때때로 새로운 타파스를 계속해서 제공한다. 전주에서 막걸리 한 상을 시키면 안주가 업그레이드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


할아버지 4명이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었는데, 레스토랑 전체에 걸려있는 하몽을 다 먹을 것 마냥 떠드는 우리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쳐들며 연신 하몽을 썰었다. 함께 웃고 떠들며 '까미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에 있는 800km에 달하는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당시 800유로가 100만 원쯤 했는데, 1km에 1유로로 예산을 잡고 하루 최소 10km, 많게는 20~30km를 걸어 한 달 정도로 완주하는 것이 대부분의 목표라고 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많이 참가하며, 길을 걷다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달 내내 만나기 때문에 국적 상관없이 친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들은 800km가 끝난 후 100km를 더 가, 포르투갈에 있는 '세상의 끝'이라는 곶에 도착해 전통대로 신고 갔던 신발 한 짝을 절벽에 올려놓고 돌아왔다고 자랑했다.


멋있었다. 마치 지구를 정복한 사람들의 무용담을 듣는 기분에 취기가 사라졌다. 그들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는데, 그들은 까미노를 한 사람들은 벌레나 질병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서 일반 숙소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며, 아파트 하나를 빌려 같이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 아파트에서 밤새 술을 먹으며 이야기하자고 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2차는 이슬람 아파트가 되었다. 문을 열면 양옆으로 긴 복도이자 거실이 펼쳐지고, 복도 끝에 화장실과 방이 있는 매우 독특한 구조였다. 그곳에서 10여 명의 한국인들은 밤새 술을 먹고, 춤을 추고, 노래했다.

▲ 알함브라 궁전의 내부.
▲ 알함브라 궁전의 천장.

간신히 숙소에 돌아와 잠을 청했고, 다음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채은과 만나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알함브라 궁전은 절벽 위에 있어 대부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 상태로 버스를 타면 분명히 국제적 망신을 보일 거라고 생각해 걸어서 올라갔다. 하루를 통째로 써도 다 못 보고 올 정도로 크다고 해 이른 아침에 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입장권을 사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알함브라 궁전 내부의 첫인상은 '사치'였다.

궁전이라기보다 거대한 정원에 가까웠고, 당시에는 물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는데 모든 곳에 물을 이용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천장이나 기둥 하나까지도 모두 예술품처럼 가꿔져 있어, 단 한 명의 왕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 알함브라 궁전의 내부.

가장 놀라운 것은 분수였다.

알함브라 궁전을 뺏긴 것은 15세기 말로, 임진왜란 전의 시기다. 그 시기보다 한참 전, 해발 700미터 절벽 위에 거대한 궁전을 지었는데 그곳까지 물을 닿게 해 분수까지 만들었다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궁전 구석구석을 보면서, 궁전의 하이라이트인 장벽의 입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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