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
우리는 서로를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거칠지만, 우리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다.
장벽은 이 궁전이 단순한 사치만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요새로의 기능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제는 은퇴한 대포가 그라나다 시 외각을 노리고 있었다.
장벽은 가파르고 잘 가꿔져 있었다.
"장벽에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문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풍경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라나다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군사적인 목적으로 시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없었는데, 그렇다 보니 이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광활했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스페인의 태양을 즐기며 산책길을 따라 그라나다 시내로 다시 내려왔다.
채은과 한 식당에 들러 스테이크를 썰며 알함브라 궁전에 대한 감회를 나누었다.
어제의 술자리에서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채은을 통해 까미노 친구들을 다시 만나 10유로를 내 몫으로 지불했다. 그들은 워낙 그라나다가 좁아, 사실 오늘 알함브라 궁전에서 어제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를 마주쳤는데, 인사도 안 해서 서운했다며 10유로를 마치 100유로처럼 반겼다.
우리는 서로를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거칠지만, 우리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다.
까미노를 하며 그들은 길 위에서 만났고,
그라나다에서 나와 길 위에서 만났다.
기차에서 나에게 상황을 묻던 형도, 귤을 쥐어주던 청년도 모두 길 위에서 만났다.
52일 동안 만난 인연 모두 길바닥에서 만났다.
나는 이 표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