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알함브라 궁전 앞에서 춤을

그라나다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

by 양옙히

우리는 서로를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거칠지만, 우리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다.






장벽은 이 궁전이 단순한 사치만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요새로의 기능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제는 은퇴한 대포가 그라나다 시 외각을 노리고 있었다.


09_1.jpg ▲ 장벽에서 본 관광객들.


장벽은 가파르고 잘 가꿔져 있었다.

"장벽에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문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풍경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라나다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군사적인 목적으로 시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없었는데, 그렇다 보니 이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광활했다.


09_2.jpg ▲ 절벽에서 본 그라나다. 왼쪽 중간에 보이는 벽이 니콜라스 전망대다.
09_3.jpg ▲ 장벽에서 바라본 그라나다의 파노라마.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넓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스페인의 태양을 즐기며 산책길을 따라 그라나다 시내로 다시 내려왔다.

채은과 한 식당에 들러 스테이크를 썰며 알함브라 궁전에 대한 감회를 나누었다.


어제의 술자리에서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채은을 통해 까미노 친구들을 다시 만나 10유로를 내 몫으로 지불했다. 그들은 워낙 그라나다가 좁아, 사실 오늘 알함브라 궁전에서 어제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를 마주쳤는데, 인사도 안 해서 서운했다며 10유로를 마치 100유로처럼 반겼다.


우리는 서로를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거칠지만, 우리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다.


까미노를 하며 그들은 길 위에서 만났고,

그라나다에서 나와 길 위에서 만났다.


기차에서 나에게 상황을 묻던 형도, 귤을 쥐어주던 청년도 모두 길 위에서 만났다.

52일 동안 만난 인연 모두 길바닥에서 만났다.

나는 이 표현이 참 좋다.


09_4.jpg ▲ 알함브라 궁전의 내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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