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과 안도감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

타인을 위해 허비한 20대의 청춘

by 제갈혜진



마라탕을 먹고 난 뒤, 얕은 만족감 뒤로 짙은 자괴감이 따라왔다. 사실 마라탕을 시키기 전 오늘 아침에 잰 몸무게를 떠올리며, 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제 다이어트 식단을 먹고 열심히 운동까지 했지만, 오늘 아침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이 상태에서 마라탕을 먹으면 어제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며 의지를 다 잡고, 샐러드와 샌드위치 가게들을 둘러봤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차디찬 샐러드는 정말 안 당겼고, 의미 없이 스크롤을 올리기도 지겨울 때 반항심이 피어났다. 오늘은 정말 힘든 날이었는걸!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면 되지! 아 몰라. 일단 그냥 시키자.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마음으로 마라탕을 시키곤 OTT를 보며 언제 다 먹었는지 모르게 식사를 끝냈다. 그 뒤에 느껴지는 기분 나쁜 자책감. 다시금 목표했던 몸무게가 떠오르며 언제쯤 날씬해질 수 있는지, 의지박약 끝판왕이라는 자책과 내 몸뚱이 하나도 컨트롤 못 하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자괴감이 번졌다.

다음 날 어제 먹은 마라탕을 만회하기 위해 샐러드를 시키고, 식사 후에 미약한 허기짐이 느껴져서 안도했다. 그리곤 헬스장에 가서 목표했던 운동량을 채우곤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먹은 마라탕의 대가를 치룬 것이다.


이렇듯 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이것은 나쁜 음식, 저것은 좋은 음식을 정해두고, 특정 음식을 먹지 않은 나를 자책했다. 음식을 먹기 전 항상 칼로리를 확인했고, 먹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 또한 두려움과 불편함의 대상처럼 느껴졌다. 고삐 풀린 채 먹을 나 자신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이어트 기간에는 사람을 잘 만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예뻐 보이기 위해 나를 고립시키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이 자괴감과 안도감 사이에서 20대의 청춘을 허비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폭식과 절식을 오가며 몸을 망쳤고, 통통하게 올라온 살을 보곤 내 몸을 혐오했으며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입고 싶은 옷보단 체형이 보완되는 옷을 고르고,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감량을 위한 음식을 찾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 수정해야 할 대상처럼 나를 바라봤다.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지금, 내가 좇았던 허상과도 같은 욕망을 분해하고, 나에게 묻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진정 무엇인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 그토록 미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너는 어떤 미를 지닌 사람이고 싶은지. 미디어에 노출되어 나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생각에 동조하며 내 생각을 만들어 가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누군가를 동경의 대상으로 올려두고, 그와 나를 비교하는 것에 지쳤다. 이제는 나만의 기준대로 삶을 꾸려갈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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