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에서 시작되는 다이어트

체중 감량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by 제갈혜진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근원 모를 자기혐오가 동반했다. 지금의 나에 대한 불만족으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일까. 목표 체중을 세우고 나서 거울을 보면 튀어나온 옆구리 살, 절친한 두 허벅지, 듬직한 팔뚝만 눈에 띄었다. 괜히 배에 힘을 줘보고, 두 다리의 보폭을 넓혀 보지만, 별 다를 바 없는 통짜 체형이다.


난 왜 그토록 다이어트를 갈망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었던 코끼리 다리라는 별명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날씬한 배를 자랑하며 배꼽티를 입고 싶어서? 각종 미디어에 나오는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가 되면 많은 이들에게 호감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유는 줄줄이 읊을 수 있지만 그 이유의 기반은 타인의 관심과 시선이다. 내가 나에게 만족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내가 나에게 만족할 수 있는’ 이라는 전제 자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난 먹는 걸 좋아하고,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나면,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는 것이 나의 행복이자 운동의 마지막 루틴이다. 운동을 하고 나서 계속 배고픈 상태로 있는 건 내게 운동이 주는 마지막 기쁨을 뺏는 일과도 같다.


그러므로 내가 체중 감량을 위해서 하는 노력은 외적인 모습에 대한 만족감은 주겠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그렇다면 외적인 모습에 대한 만족감은 어디서 형성되는 것일까. 타인이 말하는 감량 후 느끼는 자신만의 만족감에 대한 정의는 모르겠으나, 내게는 타인에게 호감을 사는 체중과 체형을 가진 나에 대한 만족감으로 느껴진다.


난 건강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보통의 체중과 체형을 지녔다. 대형견과 함께 살기에 매일 하루 세 번 꾸준히 산책하고, 가끔 웨이트를 하거나 필라테스를 한다. 순전히 몸을 움직이는 활동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델처럼 아주 늘씬한 체중은 아니지만, 움직이고 싶은 대로 활동할 수 있고,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에 크게 지장이 있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내가 원한 것은 그저 많은 사람에게 예뻐 보이는 매력적인 체형이었다. 어쩌면 비교 의식에 찌들어서 내가 타인보다 못났다는 인식을 느끼는 순간,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미디어 세계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체중 감량에 대한 갈망이 강해졌으니까.


감량을 결심할 때면 항상 터무니없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나를 의지박약이라고 칭하며, 나에 대한 믿음을 깎아 먹었다. 나에 대한 사랑이 깎이는 만큼 허벅지 둘레가 줄었으면 진작 그토록 바랐던 젓가락 11자 다리가 되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만의 미에 대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말라야 한다, 여리여리한 체형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체형(체중)과 얼굴, 두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