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장인은 바퀴벌레 나오는 집에서도 평화롭습니다
25.9.18 단상
아침부터 신경질을 낸 하루였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 짜증, 폭력성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퇴근 후 좋은 뜻과 의미를 갖고 모인 러닝 모임에 가서도 불평을 늘어놨다. 선을 그었다.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모임이었지만 다 같이 뛰는 게 익숙하지 않아 괜히 투정을 부렸다. 인도자께서 뛰는 중간중간 함성을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라고 하셨는데 거부감이 들었다. '부담되게 왜 저래'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마음만 열었다면 함께 즐길 수 있었을 텐데...'싶다. 아쉬움이 남는다.
대관절 이런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갔다.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내 시야에 들어온 검은 물체, 엄지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였다.(손톱이 아니다. 과장 없이 손가락 만했다. 날아다닐 수 있는 바퀴벌레를 가정집에서 본 게 얼마 만인지, 그리고 그 가정집이 하필 우리 집이라니...^^) 전기 충격에도 안 죽는 끈질긴 녀석이었다. 전기충격과 압사를 거쳐, 뿌리를 뽑고자 화형식까지 진행했다. (관리사무소가 있고, 정기적으로 해충 관리를 해주는 곳에 거주 중이시라면 이 글을 읽으시면서 작은 것에 소중함을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를 잡을 수 없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깨달았다. 바퀴벌레를 보았을 때 느꼈던 혐오스러움이란 감정이 내가 마음에 품었던 생각과 감정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이다. 바퀴벌레를 처음 보았을 때 '끈질기고 더러운 것, 왜 내 공간에 저런 불청객이 들어왔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하루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 영혼이 느꼈을 감정일 것이다. 내가 품었던 타인에 대한 짜증, 불쾌함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내 영혼은 바퀴벌레를 만난 기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디팩 초프라의 글을 읽어 본 독자가 있을까? 저자의 책,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에서는 동시성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연의 일치가 우리 삶을 인도하고 만들어가는데 관여한다. 우연의 일치를 만들어내는 힘을 이해하면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고, 나 자신만의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우연이 가져오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실세계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한 사람은 두려움이나 걱정을 지각하는 감각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일단 삶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과 정보와 지성의 일련의 흐름을 이해하면 바로 그 순간에 깃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연의 일치와 거기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릴 때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의 장과 연결된다. 이것이 동시성의 운명이다.'
사실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탑재한 바퀴벌레를 대면하는 건, 심지어 몸과 마음의 쉼터인 집에서 마주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우주가 내게 던져준 가능성을 붙잡았다. 우연이란 포장지를 벗기고 기적과 깨달음을 얻었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의 장과 한 발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겁X가리는 원래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우주와의 꾸준한 소통 덕분이었다고 해두자.)
한편 최악의 하루로 기억될 수 있었던 날도 기적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동시성'에 따라 내 안에 보이지 않고, 물질화되지 않았던 것이 바퀴벌레라는 물질로, 생명체로 현존화 되었다. 덕분에 이를 온몸으로,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었다. 이런 깨달음의 글도 적고 말이다. 우주야, 고맙다.
-'디팩 초프라의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