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by WaPhilos

어느덧 40대 중반을 지나는 겨울의 한편에서 읽게 된 ‘스토너’를 비추어 지난 어린 시절과 현재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삶 속에서 작은 용기와 내면 고독의 단면을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굶주리고 없이 자라 굳은 힘든 농사일과 집안의 일을 돕던 스토너는 친척 ‘푸트’의 집으로 가며 근처 학교에 다니게 되고 부모님을 도와 농업을 배우려 하였으나 문학에 매료되어 학문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나 또한 농부의 아들이지 않은가? 한평생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과 어린 시절 봄 경운기를 타고 4 형제자매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저녁노을이 넘어가 어둠이 내릴 때쯤 한옥의 시골집으로 돌아오던 서늘한 기억이 되살아 난다.


‘스토너’처럼 어쩌면 나 또한 그 순수하지만 고단하고 고독한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모와의 시절을 지내고 청년으로 들어서는 순간... 글과 문학이 주는 강열하고 따듯한 위로에 쉽게 매료되었는지 모른다.

이쯤에서 옮긴이의 원 작가의 ‘스토너’에 대한 표지의 평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 내용을 여러 번 읽으면 읽을수록 ‘스토너’ 주인공과 나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계속 걸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 살 때 농업을 공부하려고 미주리 대학에 입학하지만, 문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영문학도의 길로 들어서 교수가 된다. 가정적이고 성공에 뜻이 없는 조용한 스토너이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마음, 학문에 있어 진지한 태도가 오히려 그를 고독하게 만든다. 작가 존 윌리엄스는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인생을 진실하고 강렬하게, 인간에 대한 연민을 품고서 펼쳐 보인다. 그 어떤 책과도 다른 소설 ‘스토너’는 그 자체로서 문학의 힘에 바치는 찬가이며, 슬프고 고독한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위안이다.

글을 읽는 동안 어쩌면 평범한 고독하고 특별하지 않은 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더 쉽게 읽게 되었지만 그 모습들이 왠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을 벗어나 문학의 깊이 빠져드는 모습과 반면 현실이 줄 수 있는 다른 선택과 그로 인한 성공? 등을 자신 스스로의 진지함과 솔직함으로 거부해 가는 모습이 어찌 그 누구를 많이 닮았는지...

한 사람의 인생, 주인공 ‘스토너’의 인생을 바라보며 그의 진지함과 순수한 열정에 그 누구보다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곤 했던 내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한 순간의 끌림으로 사랑에 빠진 아내 ‘이디스’와의 가정과 각자의 성격의 차이 등으로 만들어지는 고독함과 딸(자녀) ‘그레이스’에게 주는 순수한 사랑과 솔직함이 어찌 또 그 누구를 많이 닮았는지...

학문의 길을 가면서 대적하게 된 로맥스 교수와 찰스 워커(학생) 등이 등장하여 겪게 되는 이야기들도 어쩌면 나의 서른, 마흔의 약 20여 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겪었던 일에 대한 진지한 사명감과 가족에 대한 의무감이 그 속에서 여러 상황에 다른 이들과 대립하고 갈등하게 된 시절의 모습과 어우러 진다. 어찌 이리 그 시절의 모습과 닮았는지...


‘스토너’의 고독과 진지함을 나의 일처럼 숨죽여 응원하고 딸 ‘그레이스’와 ‘캐서린’의 만남을 통해서도 자신의 순수함과 진지함으로 위로를 받고 사랑을 얻게 되는 ‘스토너’의 행복한 결말을 바라기만 했지만...


결국 행복한 결말이라고 말할 수 없는 슬프고 고독하고 인생을 살고 암으로 생을 마친 ‘스토너’의 모습이 조금은 아프다.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반복적으로 외친 질문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생각했다.)


독자에 따라서 그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끝까지 병상에 누워서도 책과 문학에 대한 순수한 갈망과 애정으로 생을 마감한 ‘스토너’에게 그의 인생을 참으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삶이었다고 속삭여 주고 싶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창밖에서 길게 들어와 나의 손을 따스하게 감싸는 수줍은 햇살처럼 그의 곁으로 잠시 앉아 손을 얹어 본다.


마지막으로 도서의 옮긴이가 실은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적어보며 다른 독자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그랬듯이 자신의 삶에 또 다른 울림과 용기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는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나는 과연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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