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사업가들에게.

내가 다 지켜봐 왔다.

by duke j

#사업가

회사를 설립한 직후에 사장은 개고생하며 살아남기 위해 잠 못자고 일한다. 그때 주위에선 '야 그러다 망하면 나한테 와. 그럼 내가 좀 도와줄테니.' 하는 시선으로 웃으며 바라봐 주기도 한다. 회사가 쉽사리 좋아지진 않으니 사장이 지쳐 흔히 낙담할 수도 있다. 가끔은 그 사업의 가치를 알아본 지인들이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사장 입장에선 당장의 괴로움을 쉽게 이겨내지 못한다. 회사의 무딘 행보에 면역이 생겨갈 무렵 우연이든 필연이든 어떤 계기로 느닷없이 활주로가 열린다. 예기치 못했던 행운이 쏟아져 들어오고 사세도 확장된다. 회사에 돈이 쌓이지만 첨엔 지가 번 돈이라도 쓰기 겁난다. 그러다 돈을 좀 써보고는 새삼 느낀다. '이렇게 살다간 내가 평생 이돈 다 못쓰고 죽겠구나.' 사세가 확장됨에 따라 과거엔 감히 넘보지 못했던 대기업 출신의 능력 있다는 직원들을 뽑아들여 회사의 실무자로 채운다. 직원들이 보강됨에 따라 사장은 일이 확 줄어든 것 같고 느낌상 좀 편해진 것 같기도 하다. 지켜보면 이젠 회사에 체계가 잡혀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직원들 일하는 모습들도 더 그럴싸하게 보인다. 근데 내막을 들여다 보면 직원들은 사장보다 훨씬 편하게 일한다. 이제 직원들은 힘이 쎄진 회사를 등에 업고 있다. 전엔 사장이 바닥을 기며 개고생했을지 모르지만 이젠 직원들이 옛 직장 대기업에서 했던 방식 그대로 쉽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게 체계 잡힌 회사의 방식이고 시스템이 갖춰지는 거라고 말한다. 직원 입장에선 회사에 돌아오는 이익이 아무리 클것 같아도 그걸 본인이 직접 해야한다면 그 일은 어떤 핑계를 대고서라도 피하고 본다. 밤잠 안자고 일하는 간절한 거래처에서 물건을 다 만들어 눈앞에 가져오면 직원들은 그중에 좋아보이는 몇개 골라내는 일만 하고 싶어한다. 그런 제안들은 사실 이 회사 말고 다른 회사에도 다 들어가니 별다를 게 없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게 남다른 변화 없이 회사가 기존의 방식에 의존해 해오던 장사 계속하다 보면 성장은 정체된다. 회사는 바로 평범해지고 축소된다. 언젠간 옆 동네에서 먼지같은 작은 회사가 또 설립되고 그 회사 사장이 잠 안자고 미친듯이 일하기 시작한다. 어찌하다 보면 그 작은 회사에 운이 들어가 사세가 커지기도 한다. 그러면 어느 날엔 우리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이 스카웃되어 가 우리 회사의 잘 갖춰진 체계를 그 회사에 카피해 입힌다. 직원들은 그 잘 갖춰졌다는 회사들의 체계 하에서 항상 하던대로 쉽게만 일한다. 능력 있다는 직원들은 이곳저곳을 옮겨 돌아 다니며 그 시스템에서 오래 살아 남는 법을 체득한다. 어쨌든 사업가 중 극소수의 사장은 평생 다 못쓰고 죽을만한 돈을 벌어 들이기도 한다. 직원들과는 달리 체계랄 거 전혀 없는 맨바닥에서 밤잠 안자고 개처럼 일했던 사람이 바로 그 사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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