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

풀어야할 매듭

by duke j

(2022.11.23일 기록)

#업보 #인연

8년전 겨울에 유후인 산소무라타 옆 아르테지오 갤러리를 들른적 있었다. 같이 운영되는 더테오란 카페에 작은 백팩을 맡기자 직원이 보관했다는 증표로 윗부분에 작은 구멍이 뚫린 동전모양의 구리 코인을 줬다. 주위를 둘러보다 후쿠오카로 갈 차시간이 임박해 서둘러 백팩을 찾아 기차를 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그 동그랗고 작은 짐표 코인을 반납하지 못하고 주머니에 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짐표엔 P2305란 인식번호가 음각되어 있었다. 일을 안해 열어보지 않던 책상 서랍안 상자에 넣어 8년을 보관했다. 언젠간 돌려주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오랜 후가 될진 몰랐다.

어제 유후인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산소무라타가 있는 언덕을 올랐다. 도중에 꼬리가 잘린 고양이와 마주쳤다. 오르막 산행이 힘들다는 처를 중간에 두고 800여 미터를 걸어올라가 아르테지오 직원에게 코인을 건냈다. 늦어서 미안하다 했더니 그 직원이 마치 어제 줬던 걸 오늘 다시 받는다는듯 아무렇지도 않게 아리가또라 말하고 모든 코인을 같이 보관하는듯한 서랍 안쪽에 던져 넣었다.

인연은 묘하다. 내가 만든 매듭을 내가 풀지 않으면 결국 내주변의 다른이라도 대신해 풀어야 하는 업이 반복된다고 난 믿는다. 나는 오래전 시골마을에서 가난하게 살던 할아버지가 그마을에 들어오는 모든 걸인들과 나그네들에게 언제나 숙소와 음식을 아낌없이 내주었다는 말을 역시 가난했던 어머니에게 어릴적부터 듣고 자랐다. 내게 남들에 비교할수 없는 행운이 이유없이 들이닥친 30대 후반 이후 나름 그 까닭을 찾아보려고 긴 기간 혼자 고심했지만 나로부터 그 이유를 찾아낼순 없었다. 아직까지도 그 영문은 오리무중이지만 어머니가 몹시도 가난했던 시집살이 시절의 할아버지를 회상하며 해주던 그 말들은 가끔 기억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른다.

유후인에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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