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마음
#인류애
공지영이 오래전에 낸 책 중에 지리산행복학교란 게 있다. 예를 들자면 돈떨어지면 며칠 마실 나가 식당 주차관리 알바 같은 걸 해 한달 생계비를 버는, 이웃이 곧 가족과 다를바 없는 지리산 안 또는 그 인근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지리산에 들어가면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외로워 죽을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내 평생 목표가 일하지 않고 게으르게 사는 거였으니 수년전 처음 그 책 속 이야기들을 대면하고 내가 얼마나 감동했겠나.
여행가 빠니보틀이 요즘처럼 유명해지기 전 경험했던 놀라운 에피소드들이 유튜브에 남아 있다. 유럽 어느 가난한 시골마을에선 처음 나타난 낯선 동양 여행객에게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따뜻한 숙식을 내주었고 다른 유럽의 어느 소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노부부 역시 가난한 이방인 여행자를 마치 친손자처럼 따듯하게 대해줬다. 개인주의가 일상화되어 있고 인종차별조차 여전하단 유럽에서 겪었던 일이라고 해 첨엔 의외라 여겼지만 문득 그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나 역시 그리 했겠구나란 생각에 이르러선, 음.. 머 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로구나 싶었다.
어느덧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실상을 따져보자면 내가 숨쉬고 먹고 사는 것들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매우 피상적이고 얼토당토 않은 상징들이 그간 내 삶을 온통 둘러 싸 정작 사람들과의 소통을 막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들에 의해 하루하루의 기분이 좌우되어 온 그간의 내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반례가 가끔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보편적으로 따듯하다는 건 어쨌든 맞는 말 같다.
#공지영 #지리산행복학교 #빠니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