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와 우

전직 대통령과 내 친구

by duke j

나는 부잣집 아들이 세상 누구나 다 안다는 외래 별다방의 국내 업권 같은 걸 오를대로 오른 값에 떼돈 주고 사들여서 그걸로 이나라 서민들이 몇분 휴식을 위해 쓰는 코묻은 돈 십시일반 긁어 모아 더 부자가 되고 있다는 식의 서사에는 별 감흥을 못느낀다. 늙었지만 아직 철없는 치기로 세상을 사는 나는 자본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던 21세기 전후에 가난한 시골의 기댈 곳 없던 고졸 학력의 일용근로자가 같은 처지의 한 여인과 결혼해 판사와 변호사와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쳐 끝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소설같은 이야기에 오히려 눈과 귀와 마음이 확 쏠린다. 그게 어린시절 만화책 100권 읽는 동안 차마 웃겨 1,2권 겨우 들춰보나 싶었던 위인전기 속 훌륭하단 사람들 이야기에 더 어울리는 소재가 아닐까 싶어서다. 창덕궁 왼편 원서동 골목을 좀 오르다 보면 베이지 벽돌로 지어진 노무현시민센터 건물이 나온다. 항상 근처를 싸돌아 다니다 지친 발 끌고 커피 마시러 들르던 곳인데 오늘은 건물 안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며 남들보다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더 잘 알았기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던, 어쩌면 그같은 이가 세상에 다시 나오길 기대하긴 이제는 어려워진 한 위인의 흔적을 시간들여 찬찬히 더듬어 봤다.

부언해야 할 다른 이야기도 있다. 안타깝게도 노무현 그는 내 가까운 오랜 친구가 극히 싫어하는 수많은 좌파 정치인들 중 하나이다. 내 친구의 할아버지는 일제시대에 대학살이 일어났던 중국 난징에서 사업을 하셨고 아버지는 이북에 계시다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모든걸 버려두고 남으로 내려 오셨던 분이다. 선대부터 좌익에 큰 피해를 입었던 그 가족의 내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계가 지금껏 이루어낸 자본주의적 성취를 생각해 보면 내 친구가 좌파 정치인들을 싫어하는 데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이유가 분명한 혐오와 선호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떨어져 있는 3자들이 함부로 평가해선 안된다. 살아온 이력을 다 알고 이해하기에 서로가 느끼는 정서의 차이를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거다.(난 그리 생각해 온 거지만. 혹시 싫은데도 수십년을 같이 봐온 거면 그 인간도 으마으마한 변태일텐데 머 그 정도는 아닌 걸로 보인다.)

오늘 나는 원서동 노무현재단 건물에서 진보진영을 이끌던 위대한 정치인이 생전에 남긴 글과 말을 대하고 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동시에 살아있는 동안엔 절대 우측에서 벗어날 리 없는 내 오랜 철부지 친구를 같이 떠올리며 애틋한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걸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나같은 인간을 박쥐 같다고 하는것 같다.

#노무현 #박쥐인간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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