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2025.5.18일 기록. 한국증시가 끝도없이 바닥을 다지던 시기였음.)
어릴때 시골 흙바닥에서 같이 뛰놀다 수십년간 연이 끊어져 있던 친구를 50 넘어 우연히 만났다. 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과업을 맡고 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놈은 학자와 공무원 생활을 해오며 모아온 돈 수억원을 다 날리고 오히려 새롭게 억대의 빚을 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고난의 시작은 살면서 처음으로 사봤다는 코스닥기업 주식 한 종목에서 비롯됐다. 곧 오를 거라던 주가가 떨어지니 신용거래로 빚을 내 그 주식을 더 사모았는데 주가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고 했다. 이야길 듣고 살펴보니 초심자가 사면 안되는 주식 같아 보였다. 놈이 평생 주식이든 코인이든 위험자산을 거들떠 보지 않다가 그리 위태로운 걸 덤썩 사게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왔던 다른 친구가 추천했다는 건데 그이의 권유를 그리 맹신한 이유도 가늠이 되었다. 주식을 사보라 말한 이는 어릴때 학교 시험 성적이 좋아 모두가 인정하던 우등생이었고 그 결과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halo effect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연유들이 평생 공부만 하고 산 학자가 전재산을 날리고 형편에 감당할 수 없을 만한 빚까지 떠안게 된 결과를 모두 설명해 줄 순 없을 거다. 결국 운명의 수레바퀴가 그 방향으로 돌았던 게 아니었겠나. 요컨데 내 중요한 무언가를 다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거나 숭앙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나 줄 거란 가당찮은 기대는 살면서 아예 배제해 둬야 한다. 금광 근처에서 금맥도 아니고 청바지나 팔고 앉아 있으면서 남들의 미래를 책임지겠다 자임하는 부류들이 인터넷에 너무 많다. 그런 애들이 전혀 별볼일 없어서 그리 살고 있다는 건 내가 수십년 살아오며 수천번 확인한 바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판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대 주변 꼰대들 중 개털로 시작해 돈푼깨나 벌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작전주 매매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작전주라면 관여자들이 사전에 모여 정교하게 음모를 꾸민 후 주가를 끌어올리는 종목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주식판 사전 약정이란 건 난봉꾼이 모래 위에 써놓은 사랑의 서약 같은 거고 근래엔 감독기관의 모니터링도 정교해져 정형화된 매매패턴은 바로 추출돼 구좌 열린 증권사 통해 전화로 경고 먼저 날아온다. 과거에 우리가 알던 작전주란 건, 서로 좀 알고 지내던 저 무리들도 이 종목에 관심 두고 있다 하니 그놈들이 사기 전에 내가 먼저 사둬야겠다고 경쟁이 붙어 영업 실적이나 신기술 개발 등과 같은 본질적인 근거 없이 그냥 수급으로 시세만 내는 주식들을 말했다. 대부분 매수 실체가 불분명했지만 시장 풍문이 경쟁을 부추겨 말도 안되는 단기 시세를 내는 종목들이었던 거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그런 작전주의 양태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이정도 기세라면 내일도 상향일 거라 기대한 주가가 다음날 바로 꺾여 시세를 반납하고 마는 과거완 다른 양상이 빈번하게 나타났는데 가만 살펴보니 그게 다 프로그래밍된 감성없는 기계 매매가 저지르는 일이었다. 세상이 바뀐 거다. 현재 내가 사둔 후 수년간 전혀 손을 대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는 한국 상장주식의 상당수는 거의 손실 상태다. 하물며 지 자신도 추스르지 못한 채 살고 있던 어설픈 친구 하나가 추천해 일생 처음으로 사봤다는 주식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이 날 거라 의심치 않았던 이 학자의 만용은 머라 설명될 수 있을까. 결국 (검경의 호출을 밥먹듯이 받는, 평소 미결수로 구치소 쯤 드나드는 건 언제나 각오하고 사는 주식판 업자들을 별도로 하면) 선량한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금융투자는 자기의 쪼를 믿고 긴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인고의 작업일 거다. 그 길을 선택했다면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주위와 자신에게 예의를 갖춰 친절하게 사는 거 외엔 방법이 없다.
#주식투자 #작전주 #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