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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리는 날

시 쓰는 이야기

by 오리냥

네가 내리는 날 / 유복녀


이상하지

눈이 내리면

눈만 내리는 게 아니야

언젠가 너와 맞던 그날의 눈이

내 마음에 함께 내려

눈만 내리진 않아

한여름 소낙비도 내리고

소나기 피하며 웃던 너의 웃음도

내 옅은 미소에 섞여 내려


낙엽 쌓인 오솔길의 낙엽이 내리고

어둠 속 빛나던 별도 내리고

잠들지 못하던 숱한 밤들도

그날의 너와 함께 가만가만 내려

지금 내리는 눈은

그저 눈만 내리는 게 아니야

너와 했던 모든 추억의 날들이

툭툭 나를 건들며

시공 사이를 거쳐 다시 내게로 내려와


참 이상하지

오래전 기억들이

아직도 내 안에

녹지 않고 남아 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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