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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48일 앞두고 신검받으러 간 아들 녀석

분개 덮은 짠함 4화

by 완두




아침에 눈을 뜨니 재수생 아들 녀석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오늘 학원 안 갔어?

놀란 목소리로 묻자, 아들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오전에 신검받고 오후에 가려고요.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네가 벌써 신검받을 나이가 됐구나! 하는 소회,

이제 너도 군대라는 사회 속에서 18개월을 버텨내야 하는구나! 하는 안쓰러움,

50킬로 겨우 넘긴 네 체력으로 그 힘든 훈련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러다 마지막에 든 생각은 "근데 수능이 며칠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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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48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신검을 받으러 가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잠시 분개했다.

크게는 분단국가라는 이 현실에 대해, 작게는 침해당한 개인의 권리에 대해.

아니다, 이 두 가지가 바뀌는 게 맞는 것 같다.

크게는 침해당한 개인의 권리에 대해. 작게는 분단국가라는 이 현실에 대해.


하지만 분개는 잠시, 와락 밀려든 짠한 마음이 그 분개를 덮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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