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많던 강냉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

좌절 담은 분개 5화

by 완두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테이블 옆에 강냉이 봉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내가 즐겨 사 먹는 강원도 강냉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봉지가 거의 비어있었다.

1/4 정도나 남아있을까?

어젯밤에 빵빵한 강냉이 봉지를 봤던 기억이 선명한데, 밤새 홀쭉해져 있다.

그 많던 강냉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젯밤 늦게 마신 커피 탓에 잠이 안 와 뒤척이다, 1시 넘어서 노트북을 켰던 게 생각난다.

한 시간 남짓 유튜브로 타로 제너릴리딩을 두어 편 본 게 생각난다.

테이블 옆에 이 강냉이 봉지가 놓여있었고,

가위로 이 강냉이 봉지 귀퉁이를 사선으로 잘랐던 것까지도 생각난다.


내 기억은 딱 거기 멈춰있다.


봉지를 보니 200g, 815Kcal라고 선명히 적혀있다.

사라진 611Kcal는 어딘가로 옮겨져 잘 저장돼 있을 것이다.


배가 고팠던 것도, 뭐가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입이 심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봉지 속 강냉이를 내 입속까지 옮기는 번거로운 일을 한참 동안 반복했던 걸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능 48일 앞두고 신검받으러 간 아들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