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 넣는 이야기
처음부터 분개 시리즈를 쓸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세 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쓰다가 힘에 부치면, 중간중간 가벼운 이야기를 올려 공백을 메워보려고 했던 거랍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너무 즐거운 거예요. 일단 주변에서 글감 찾기도 쉽고, 짧은 글이니 틈날 때 쓱싹 해치우면 되고, 무엇보다도 각 잡고 쓰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몹시 편했어요.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아무 글이나 올리는, 딱 그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됐거든요.
그런데 독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더군요.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은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가성비가 높은 글이에요.
특히 그제 올린 프라이팬 이야기는 초보 브런치 작가인 제게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팡파르까지 울려주었답니다. 맨 처음 올린 글인 '어쩌다 의대생 엄마-프롤로그'보다는 아직 낮지만, 오늘 지나면 아마 그걸 뛰어넘지 않을까 싶어요.
의대생과의 배틀에서 이긴 프라이팬이라니,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그것도 입시 공화국인 이 대한민국에서요.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제가 분개 시리즈가 아닌 감사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요. 아마도 지금처럼 자주 글을 올리지는 못할 듯싶습니다. 슬프게도, 분개할 일은 도처에 널려있는데 감사할 일은 돋보기 끼고 찾아야 할 것 같거든요.
각설하고,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덧붙임:
이 글의 모티브가 된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읽었던 게 30년도 훨씬 더 지났습니다. 대학생이던 그 시절엔 제법 고뇌하면서 이 시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시인은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한탄하셨는데, 저는 카페에 앉아 바닐라라떼 홀짝거리며 '나는 왜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주제로 가벼운 에피소드를 적고 있네요.
이런 저를 시인이 보시면 분개감을 느끼시지나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