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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파란색 티셔츠를 입었을 뿐인데

by 완두


겨울이면 외투 속에 입는 티셔츠를 일부러 원색으로 산다.

우중충한 겨울 외투의 탁한 느낌을 좀 덜어내기 위해서다.

빨간색, 파란색, 분홍색, 겨자색, 보라색...

우리 집 옷장엔 형형색색의 티셔츠가 걸려있다.


재작년에 쇼핑몰을 지나다가 파란색 티셔츠가 눈에 띄어서 샀다.

그리고 작년에, 파란색 머플러가 보이길래 그것도 샀다.

각각 다른 시기, 다른 가게에서 산 건데 완벽한 '깔맞춤'이 되었다.




며칠 전 업무 협의를 위해 외부 인사들과 만났다.

실내라서 겉옷을 벗고 앉아 있었는데, 한 분이 자꾸 내 옷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혹시 나랑 같은 옷을 가지고 계신 걸까?


그때 다른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파란색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그러자 계속 내 옷을 바라봤던 분이 이어 말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이렇게 파란색을 보니 무척 반갑네요.


무슨 소리인 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분이 덧붙였다.

우리 당에 가면 엄청나게 반가워하실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M당 소속 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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