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첫 발령지에서 만난 동료들과는 무척 친하게 지냈다.
젊었고, 거리낄 게 없었고, 무엇보다도 다들 순하고 선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연수받으러 갔을 때 어느 강사가 그런 말을 했다.
공무원 중 가장 나쁜 놈이 일반 사회에서 가장 착한 놈보다 더 착하다고.
지금은 틀리지만 30여 년 전 그때는 맞는 말이었을 거다.)
K도 그때 만난 남자 동료다.
아주 순하고, 아주 선하고, 아주 싱거운 사람.
어떤 일로 기운 빠져있는 내게 그 동료가 다가왔다.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아니 안 듣고 싶어.
들어봐. 기운 날지도 모르니까.
대꾸할 힘도 없어서 가만있었다.
우리 동네에 흉가가 하나 있어.
그 집이 흉가가 된 이유는...
그 동료가 블라블라 하는 이야기는 그 흔한 레퍼토리였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집 앞 버드나무에서 목을 맸는데 그때부터 거기서 귀신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그런 이야기.
그 버드나무에는...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동료에게 내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는 귀신같은 거 하나도 안 무서워.
내가 무서워하는 건 쥐밖에 없어.
조금 뒤 그 동료가 말했다.
무서웠다, 정말.
내가 살면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무서운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