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기억 속의 분개 34화
아침 출근길, 여느 때처럼 운전하면서 들을 노래를 고르기 위해 유튜브를 뒤졌다.
마침 눈에 들어온 건 '아침 긍정 확언'이라는 영상이었다.
여느 때라면 클릭하지 않을 영상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그 영상이 끌렸다.
요즈음 나를 침범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우울감을 내치고 싶었나 보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소리를 들어야 하기에 음량을 최대로 키웠다.
부제목이 '따라 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 확언'인지라 영상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용기 있게 도전한다.
나는 성장하고 있다.
나는 오늘을 즐겁게 보낸다.
여기까진 좋았다.
정말 좋았다.
확언 그대로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10분 정도 지났을 때 차 한 대가 깜빡이도 없이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
좀 놀라기는 했지만, 그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초 뒤 내 마음속엔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전에 날 힘들게 했던 어떤 사람의 차와 같은 차종, 같은 색상이라는 게 내 안에 숨어있던 분노를 일깨운 것이다.
게다가 번호판 앞자리까지 같다 보니 자꾸 그 차 주인이 떠올랐다.
나는 불편하고 얽매여있다.
도대체 그자는 왜 날 해코지한 걸까?
본래 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긴 했지만, 나와는 비교적 잘 지냈는데...
사람들은 나를 미워한다.
날 해코지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썼을 텐데,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그 일로 인해 나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훗날 호로스코프밸른 수업을 받으며 그 사람이 내게 왜 그랬는지 카드를 뽑아본 적 있다.
세 장의 카드를 뽑았는데, 그중 한 장이 36번 드래건 카드였다.
강사님 리딩에 따르면, 드래건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그런 짓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다혈질이고 변덕스러운 그 사람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수가 틀리면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그 사람을 내 삶에서 지워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다 오늘 아침 그 차량으로 인해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휴대폰에선 계속 긍정 확언이 흘러나왔다.
나는 마치 반대말 놀이를 하듯 그 확언을 반대로 따라 했다.
오늘은 정말 나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