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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Jul 18. 2021

영화 <열차안의 낯선 자들> 감상평

서스펜스의 사용법에 대해


히치콕의 영화는 관객을 놀라게 하고, 긴장감을 준다. 이 놀라움과 긴장감을 사람들은 ‘서스펜스’ 라고 한다. ‘서스펜스’는 정확하게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히치콕은 이것을 ‘탁자 밑의 폭탄’이라고 설명한다. 등장인물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주인공이 앉은 테이블 밑에는 폭탄이 있고, 이내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오직 관객만이 알고 있다. 이 때 작품 속에서 관객이 느끼는 정서를 ‘서스펜스’라고 하며, 폭탄이 실제로 터지면 ‘서프라이즈’라고 히치콕은 설명한다. 오늘 글을 쓰게 될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또한 이러한 정서가 흐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작품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정도라 이야기하고 싶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 ‘열차안의 낯선 자들’속에서 드러난 서스펜스의 방법이다.


서스펜스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으로 느껴졌던 부분을 이야기 해 보고자한다. 영화가 시작된 직후 카메라는 자동차 안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발만을 카메라로 잡는다. 이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열차를 타기위한 두 남자의 발걸음이라는 것을 관객은 알고 있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하고 가이 헤인즈와 브루노 안토니가 열차 안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이때 두 사람은 발의 충돌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시퀀스에는 회전목마를 멈추는 행위와 동시에 급정거로 인한 충돌로 사건이 마무리 된다.  이 지점은 사건이 벌어진 세계가 충돌로 시작하여 끝맺음 또한 충돌로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준다. 뮤지컬, 판타지 장르와 같이 다른 세계 ·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같은 느낌도 든다. 흥미로웠던 또 다른 부분은 브루노 안토니의 행동이다. 브로노 안토니는 등장인물들과 엉뚱한 대사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판사에게 “사람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도 음식이 넘어가나요?” 라고 묻는데 판사는 벌 받을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자 “사적인 감정은 없는 것이군요, 잡히는 살인범도 거의 없죠” 라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과 안도감을 얻는다. 그리고 유원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유명해진 섬을 관광하고, 보트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과 돈을 받는 보트 관리자를 보며 살인으로 돈(이득)을 번다고 비판한다. 이 대화들은 브루노 자신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사적인 감정은 없는 사형선고, 목적을 위해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을 여전히 운영 중인 관리자와 그곳을 재미와 호기심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브루노의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성격을 소개하는 장면인 동시에 자신의 잘못을 관객에게 알리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제 이 영화에서 서스펜스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극에서 서스펜스를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 목적과 효과는 긴장감이겠으나, 그것에 다가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영화의 흐름 순서로 이 등장 방식을 살펴보자.  작품에서는 총 6개의 사건이 일어나고 5개의 서스펜스가 생긴다.

다섯 가지 서스펜스는 아래와 같다.  1)브루노의 미리엄의 살인 장면 2)브로노가 가이를 재촉하는 장면 3)브루노의 아버지 방으로 찾아가는 장면 4)브루노가 가이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유원지로 이동하는 장면 5) 회전목마 안의 싸움 장면이다. 첫번째 서스펜스는 브루노가 유원지에서 가이의 아내 미리엄을 살해할 때 감독은 ‘소리’로써 긴장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남자 두 명과 미리엄은 보트를 타고 이동한다. 그리고 그 뒤를 부르노가 따라간다. 터널로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갑자기 여성의 비명이 들린다. 브루노가 어떤 행위를 할지 알았던 관객은 살인을 저지를 것인가라는 호기심과 긴장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뒤이어 나오는 남자 두 명과 아내 미리엄의 그림자 장면에서 그들의 장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숨 돌린다. 그렇게 섬에 도착해서 미리엄이 혼자가 되자, 관객에게 예고 없이 브루노는 살인을 실행한다.  


두 번째는 브루노가 이제 자신의 아버지를 죽여 달라고 요구할 때 나타난다. 브루노는 편지, 전화를 통해 요청했지만, 계속 거절당한다. 그 후에 브루노는 가이가 가는 장소어디든 그를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시선’을 주며 응시한다. 한 걸음 뒤에서 그를 지켜보던 브루노는 결국 가이의 세계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세 번째 서스펜스는 가이가 브루노의 아버지를 죽이러 그의 집으로 들어갈 때 발생한다. 어두운 밤에 브루노가 준 지도를 보며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가이 헤인즈는 덩치가 큰 개를 발견한다. 이때 관객은 숨죽인다. 개가 짖는다면 아버지가 깰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살인은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새 생긴 이 긴장감은 가이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적용된다. 다급하지 않은 관객은 다급한 인물에게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관객 자체도 급박한 정서가 생긴다. 인물과 관객은 같은 서스펜스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극에 등장한 ‘소재’인 개는 짖지 않고 가이의 손을 핧게 되며 허무하게도 서스펜스는 풀리게 된다. 네 번째인 라이터를 유원지에 버리기 위해 가는 브루노의 장면과 가이의 경기 장면이 교차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이 장면은 좀 독특하다. 두 사건이 교차 편집이 됐는데, ‘시간’이 다르게 흐른 듯이 편집됐기 때문이다. 두 사건은 같은 날, 같은 오후 시간대에 있다. 극 속에서 경기해설자는 가이는 진중하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가이는 보란 듯이 공격적이고 빠른 플레이를 선사하며 경기를 마친다. 경기 종료 후 경찰의 추격을 피해 유원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위해서다. 그와 동시에 브루노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유원지에 간다. 브루노가 조급증을 느낄 때는 라이터가 하수구에 빠졌을 때 뿐 이다. 그러나 감독은 계속해서 샷을 집어넣어 시간이 늘어지는 효과를 준다. 사람을 부르는 것이 나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 브루노가 하수구에 손을 직접 집어넣어 라이터를 집는 장면, 라이터를 꺼내자 사람들이 박수치는 장면, 유원지에서 해가 기다리길 바라며 신문을 읽는 브루노의 모습 등을 말이다. 이때 늘어지는 시간과 가이가 쉴 새 없이 경찰에게 쫓기는 장면 등은 모두 동일한 시간대를 그린 것이다. 다만 감독의 편집으로 인해 가이 헤인즈와 브루노 안토니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대비됐고, 이 대비로 인한 정서는 브루노를 멈춰야한다는 가이의 심리 쪽에 몰입된 관객의 다급함과 조금만 더 서두르면 가이를 잡을 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변환되어 서스펜스로 연결됐다.  마지막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회전목마를 멈추기 위해 놀이기구 밑으로 기어가는 사람의 위험한 모습과 눈물 흘리는 아이와 소리 지르는 엄마의 모습 등을 통해 관객에게 또 다른 그러나 정형화된 서스펜스를 느끼게 된다.


영화에서 관람객이 ‘서스펜스’라는 정서를 갖게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같은 정서가 동일하게 반복된다면 오히려 늘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소리·시각·소재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각기 다르게 그 감정을 생성해 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가져가야할 것은 무엇이 있는가? 이 영화는 만들어진 목적은 무엇인가? 라고 물어봤자 소용이 없다. 이 영화는 앤이 경기 중에 동생 바바라를 보내 경찰의 눈을 피해 택시를 잡아놓고, (결국은 입지 못할) 갈아입을 옷을 둔 것과 경찰이 회전목마에 깔린 브루노의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지 못하게 했을 때 우연히 손에 있던 라이터를 발견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볍게 혐의를 벗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권선징악 등의 교훈적 주제 혹은 거창한 메시지가 영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허무하고 당황스럽게도 관객은 정교하게 짜여진 세계에 들어가 감독이 주는  ‘긴장감’의 롤러코스터를 즐기기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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