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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Jul 15. 2021

영화 <애드아스트라> 감상평

수평과 수직을 통해 이뤄지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이 독백은 임무를 수행하며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순행적인 나열 형태를 보이며, 발생하는 사건과 기억 등을 타인이 아닌 로이 맥브라이드(브레드 피트)의 입장에서만 서술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런 편집 방식은 쌍방향이 아닌 일직선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우주여행과 그 모습이 동일하다. ‘별을 향하여’라는 제목에서 유추되는 수평적 운동과 더불어 극 중 주인공은 수직 운동 형태인 추락을 두 번 경험하게 된다. 각 추락을 통해 관객은 인물이 갖는 삶의 태도 변화와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영화 속에서 ‘우주’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그 공간이 갖는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미지의 세계’라는 대표성을 갖는 우주는 로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연결되며, 모순적이게도 로이의 변화를 보며 우주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과도 연결되어 희망을 갖게 된다. 이런 공명효과와 더불어 각 행성에서 사용된 시각적 효과는 로이의 심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달의 교전지역을 건너는 장면에서 사용된 흰색의 땅과 검은 하늘, 푸른 지구는 색상으로 그 공간이 명확하게 나뉜다. 뚜렷한 분리 덕분에 이질적인 느낌의 가상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며, 이는 타인과 자신의 구별이 명확한 그의 상황을 드러낸다. 화성에 도착한 직후에는 빨간색과 검정색이 지배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대본이 아닌 메시지를 송신한 이후 그는 흔들리는 꽃과 날아다니는 새의 영상이 송출되는 공간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우주를 떠돌며 로이는 시간이라는 씨실이 순행되는 과정 중에, 날실이라는 사건을 만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런 수직과 수평의 직선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감정이 파동 치며 그의 삶이 기존과는 다르게 목적을 설정하고 삶을 완성해 간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우주’라는 배경을 통해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영화 결론만을 보자면, 인류는 우주개척 목표인 ‘지적생명체와 진보의 꿈을 찾는’ 것에 실패했고, 개인적으로 아버지는 임무를 위해 아들을 다시 떠났고, 로이에겐 아무것도 없음(nothing)을 증명하는 아버지가 남긴 기록물만이 남겨졌다. 허무한 결과가 남겨진 여정을 겪으면서 로이가 깨달은 것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었다. 로이는 여정 중간에 만난 사람들이 부친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전달했지만, 결코 그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않았다. 첫 번째 만난 프루이트 대령(도날드 서덜랜드)은 “우주탐사는 또 다른 탈출”이라 말하며 아버지는 로이를 버렸을 것이라 암시한다. 하지만 이후 로이는 유인원의 살인사건을 겪으며 아버지와 자신은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워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고통은 분노와 상처를 남긴다고 말하며, 아버지를 유인원에 빗대어 그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두 번째 만난 할란 란토스(루스 네가)는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를 살인자라 부르며, 자신과 로이는 피해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로이는 “아버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하며, 자신과 “아버지는 닮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때부터 로이에게 클리포드는 영웅도 아니고, 어머니와 자신을 버림받은 것이 된다. 하지만 그는 핵탄두를 싣은 세피우스가 출발하려하자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다. 로이는 아버지와 동일하게 세상과 담을 쌓고 있었지만, “아버지처럼은 되고 싶지 않”은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로이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세상(아버지)을 위해 다시 그 속으로 뛰어든다. 비록 아버지가 자신에게 상처를 줬음에도 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상처가 아물지 않을 만큼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로 인해 그는 아내 이브(리브 타일러)에 대한 마음도 곱씹게 되며 그녀사이에 있는 담을 넘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 된다.

  관람을 하며, 로이가 우주를 여행하는 과정과 그의 내면이 직조되는 과정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영화의 의미와 방점은 행성도달을 목표로 움직이는 행동보다, 주인공 로이가 아내와 재회하는 장면이 스크린에 영사되는 순간에 발생한다. 관객은 로이가 또 다른 별인 이브를 마주보며 다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간과 시련이 서로 단단하게 엮인 후에 파생되는 감정과 경험이 있어야지만 ‘별을 향’할 희망과 힘이 생기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별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의미가 가진 의미가 무척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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