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자식도 부모에겐 어린애일 뿐 - <반의 헌준>

by 길벗



이한철, <반의 헌준 班衣獻樽>, 19세기, 종이에 담채, 23.0x26.8cm, 간송미술관


조선 후기 궁중 화가인 이한철(1808~?)이 그린

<반의 헌준 班衣獻樽>이란 작품이다.

반의班衣는 반점이 있는 옷, 즉 색동옷을 말한다.

헌준(바칠 헌獻, 술통 준樽)은 술잔을 바친다는 뜻.

반의 헌준은 색동옷을 입고 술잔을 바친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자식들이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어머니는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셨는지 보이지 않고 아버지 홀로 앉아 자식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술을 올리는 이를 주목해 보자.

이 집의 장자인 듯한데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입던 복건을 쓰고 색동옷을 입었다.


이 그림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담겨 있다.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부모에게는 그저 어린 자식일 뿐,

부모가 나이 든 자식을 아이 대하듯

소소한 간섭과 잔소리를 해도

자식은 '네, 알겠습니다. 저는 부모님한테는

그저 어린애일 뿐입니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고 또 부모에 대한 깊은 효심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충효가 절대적인 가치관이었고

살아온 경험이 그대로 지식이었고 지혜였던 시절이니 능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반의헌준. 오늘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습이지만 그림이 적어도 내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60대, 70대인 슬하의 사 남매를 아직도 어린아이로 여기는 우리 어머니를 다시 한 번 더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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