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민어를 먹으러 갔다. 수족관에 갇힌 1m급 민어를 보는 순간 기가 질렸다. 물고기도 덩치가 크면 물고기가 아니라 영물(靈物)로 보이는 법. 첫눈에 사람을 압도하는 듯한 대물(大物)의 아우라가 스멀스멀 느껴졌다. 저 덩치가 조각조각 해체돼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니··· 한 점 한 점 음미해가며 잘도 먹었지만 먹는 내내 좀 전에 눈 마주친 살아 있는 민어 생각이 자꾸만 났다. 못 볼 걸 본 거다. 아, 이제 횟집에 가더라도 수족관은 못 본 척 그냥 패스해야겠다. 민어만 그런가. 닭은 또 어떻고. 닭이 가부좌를 틀고 있는 뜨거운 김 폴폴 나는 삼계탕에는 닭의 울음소리가 같이 끓고 있는 듯하다.
고단백의 보양식을 먹어야 여름을 잘 난다는 말은 이제 허위 과장광고일 뿐이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의 얘기이고 술안주를 염두에 둔 술꾼들의 오랜 핑계일 뿐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We are whar we eat)'라는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동물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성격이 동물처럼 과격하고 공격적이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는 건 아닐까, 란 생각도 해 본다.
이제 복달임도 변화가 필요하다. 자극적인 것만 찾는 우리의 식도락에도 철이 들어야겠다. 결론은 우리 전통의 콩국수다. 순하디 순한 콩국수. 알다시피 콩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 특히 서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여름날 콩국수는 보양식의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였다. 먹어보면 안다. 여태 먹어왔던 기름진 보양식과는 다른 맛이다. 뒤끝 없는 맑은 맛이다. 영양 만점의 고소하고 시원한 콩국수에 올여름을 의탁하는 건 어떨지. 복날이면 늘 술을 앞세우는 상선 약주(上善若酒) 파들에게도 콩국수로 콩깍지를 씌워주고 싶다.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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